아틀리에 뤼미에르(Atelier des lumières)의 '고흐'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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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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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 뤼미에르(Atelier des lumières)의 '고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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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라는 책을 읽으면서 유럽인들이 산업유산을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를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는데 아틀리에 뤼미에르(Atelier des lumières)에 와서는 직접 그 현장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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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오래된 제철소였던 이 곳이 프랑스 최초의 대규모 디지털 아트센터로 탈바꿈했다. 1835년 산업 혁명 당시 조선업과 철도 사업을 위한 철제 주물 공장의 변신이었다. 파리 11구 복구 사업 중 하나로 2018년 4월 18일 개장한 이 아트센터는 총면적 3300㎡에 10m 높이의 벽면과 140개의 영상 프로젝터로 제작된 바닥, 최첨단 음향 시스템을 통해 그 자체가 바로 멀티미디어 캔버스이다. 전시실에 장착된 50개의 스피커를 통해 바그너, 쇼팽, 베토벤 등의 음악이 흘러나와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준다.


전시공간은 크게 라 알(LA HALLE)과 르 스튜디오(LE STUDIO)로 나뉘는데 라알 관에서는 장.단편 디지털 전시 프로그램이 순환 상영되고, 르 스튜디오관은 신진 작가들의 디지털 작품들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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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로서의 고통받았던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90)의 삶을 작품과 함께 그림자와 빛 사이를 오가며 따라가 보는 것이 컨셉이었다. 위대한 천재 예술가의 심리적인 혼란과 격동의 내면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화가로 손꼽히는 반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속을 직접 거니는 듯한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반 고흐의 삶을 파리 , 아를 , 생 래미 드 프로방스 , 오베르 쉬르 우아즈 등에 머물던 때로 나누어 소개했다.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에', '아몬드블러썸' 등 우리에게 익숙한 유화 작품 800여점과 1,000여 점의 드로잉이 전시되었다. 140개의 영상 장치와 50개의 음향 장치를 동원한 360도 전시는 고흐가 추구한 색채를 체감도 있게 전달해준다. 전시장 바닥에도 움직이는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복잡한 고흐의 내면을 담아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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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전시장에 들어가서는 고흐의 명화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것이 너무도 신나서 마구 사진을 찍었지만 이 아틀리에 뤼미에르에서의 전시는 무엇보다 배경음악과 영상이 생명이었으므로 동영상 촬영이야 말로 현장감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겠다 싶었다. 


정말로 현장감 제대로 살린 리포팅이라 아니 할 수가 없다.(자화자찬)


내가 취미생활로 그려서 방에 걸어둔 ‘아몬드 블러썸’의 영상이 특히나 반가웠다. 



그런데 이 고흐의 전시를 볼 때마다 생각하는 한 사람이 있다. <유럽미술관 순례>의 저자이자 우리 가족의 첫 유럽여행에 가이드를 해주셨던 윤운중 아저씨! 더군다나 네덜란드 고흐미술관에서는 파리에서 암스테르담까지 와서 같이 미술관투어를 하면서 계속 오빠와 나에게 질문공세를 하셨던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아저씨가 생각난다. 서울에서 최초로 명화와 음악을 접목한 아르츠콘서트를 시도한 미술해설계의 선구자였던 아저씨가 새삼 그리운 전시였다.


 



파리 윤운중 아저씨의 집 뒷마당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오빠와 함께



아저씨는 이후 서울에 와서 강의와 콘서트 방송출연으로 바쁘셨다.


한편 우끼요에 (일본 풍속화)의 영향과 일본 화풍에 매료된 고흐의 작품들과 일본 화풍의 5~10분짜리 영상도 있었는데 한일간의 감정이 그닥 좋지 않은 때여서인지 약간은 불편했다. 정치 따로 예술 따로 이렇게 생각해야하는데 나는 그렇게까지 쿨하기는 어렵다.


일본이 고흐시대때부터 이미 문화 선진국이었고 아직도 대다수 프랑스 사람들이 일본과 일본 문화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나는 조금 언짢다. 우리도 일찌감치 우리 문화를 널리 퍼뜨렸더라면 지금 프랑스인들이 한국의 전통미에 대한 환상이 생겨났을터인데...그나마 최근의 K-POP이 그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채워주고 있긴 하다.


 


다시 고흐로 돌아와서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을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든 1등 공신은 누가 뭐라해도 배경 음악이었다. 마치 내가 그림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 혹은 예술가의 정신세계에 보다 진정성있게 접근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특히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어렵게만 생각해 자주 찾지 않는 사람들에게 쉽게 미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시이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 사진 원본은 https://blog.naver.com/mangchiro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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