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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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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 재단 : 샐리 가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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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dation Cartier : Mirdidingkingathi Juwarnda Sally Gabori. (2022년 7월 3일 ~ 11월 6일)



새학기 개강후  다시 바쁜 나날이 시작되었지만  2022년 문화유산의 날(올해는 9월 17, 18일이고  매해 달라짐)을 맞이해  까르띠에 재단을 다녀왔다.  유럽 ​​문화 유산의 날(Les Journées européennes du patrimoine)은 매년  프랑스 국내 및 국제 행사로, 일반 대중에게 예외적으로만 공개되는 많은 건물이나 장소를    방문할 수 있도록 하거나 박물관에서 특별한 행사 제안이나 입장료 할인 혜택 등 아주 유익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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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프랑스에서 시작된 이 행사는 현재 약 50개국에서 열리는 유럽평의회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주최의 행사다. 첫 ' 문화 유산의 날' 은 1984년 9월 23일 프랑스 문화부에서 Jack Lang 장관의 주도로 9월 3일 일요일에 "역사 기념물 개방의 날»(Journée portes ouvertes dans les monuments historiques) 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첫해의 성공에 이어 1985년 10월 3일 그라나다에서 건축 유산을 담당하는 장관들 간의 두 번째 유럽 평의회 회의에서 Jack Lang은 이 계획을 유럽 전역으로 확장할 것을 제안했다.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몰타, 벨기에, 영국, 스웨덴과 같은 여러 유럽 국가에서 비슷한 날을 빠르게 조직하면서 오늘로 이어지고 있다.


아무래도 평소 개방되지 않는 장소들을 가 볼 수 있고 , 유명 미술관들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날이다 보니 어딜가나 사람이 많다. 이틀 동안 진행되므로  토요일은 미술관, 일요일은 색다른 장소를 가보기로 했다. 까르띠에 재단의 전시는 원래 지난 화요일에 볼 예정이었는데, 알베르 까뮈의 연극 <전락> 이 월요일과 화요일만 상연되어 연극을 선택하느라 미뤄진 계획이었다. 


여기서 잠깐! 연극과 까뮈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까뮈의 철학이 잘 담겨있는 작품을 모노드라마로  보니 심리적으로 한층 더 그와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비교적 고령의  배우께서 1시간 10분가량 홀로 극을 이끌어가시는 에너지가 너무 멋있었고 극의  몰입도를 높여주었다.  극이 끝나고 관객들보다 먼저 올라와서 인사를 건네셨는데 큰 감동을 받은 나로서는 사진을 찍자고 제안을 했다. 흔쾌히 찍어주시며 까뮈와 극 연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다른 프랑스인들은 아무도  배우와 사진을 찍고 가지 않아서 다소 의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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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원래 의도했던 전시 포스팅으로 다시 돌아와서, 2022년 7월 3일부터 11월 6일까지 까르띠에 재단은 호주 외 지역에서 원주민 예술가 샐리 가보리 (Mirdidingkingathi Juwarnda Sally Gabori)의 첫 번째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하고있다. 지난 20년 동안 가장 위대한 현대 호주 예술가 중 한 명으로 여겨지는 샐리 가보리는 80세의 나이로 2005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예술가로서 국내는 물론 국제적 명성을 빠르게 얻었다.  2015년 사망하기 전, 그녀는 특히 현대 원주민 그림에서 다른 미적 흐름과 명백한 관련이 없는 독특하고 생동감 넘치는 다채로운 작품을 창조했다. 30여 점의 기념비적인 그림을 모은 이 전시회는 카이아딜트 (Kaiadilt : 호주 퀸즐랜드 카펜타리아 만에 있는 사우스 웰즐리 그룹의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예술 및 문화의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예술가의 가족 및 카이아딜트 커뮤니티와의 긴밀한 협력으로 구성된다. 가보리의 작품은  매우 독창적이기 때문에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고 미술관측은 설명한다.



1944년에 인구 125명으로 크게 고립된 '카이아딜트' 는 호주 해안에서 유럽인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은 마지막 원주민이었다. 샐리 가보리와 그녀의 가족은 섬의 천연 자원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전통적인 생활 방식을 고수했다. 대부분의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그녀는 낚시와 섬 기슭에 흩어져 있는 돌로 된 덫을 유지하는 일, 천연 섬유를 바구니에 짜는 일을 해왔다고 한다. '카이아딜트' 의 도상학적 전통을 넘어 가보리의 그림은 무한한 상상력과 대담한 발명의 자유를 표현하며 카펜타리아 특유의 극적인 날씨 변화로 인해 풍경에 비춰지는 빛의 무한한 변화를 자양분으로 하고 있다. 색상 조합, 형태의 상호 작용, 질감이 있는 회화적 표면 및 다양한 형식을 자랑하는 가보리는 9년의 예술 경력을 쌓는 동안 2,000점이 넘는 작품을  그렸으며  이 짧은 시간동안 다양한 그림 자원을 탐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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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층에서는 한창 도슨트의 설명이 진행되고 있었다. 잠깐 들은 바로는 샐리 가보리는 80세가 넘은 2005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녀의 그림은 비록 추상적이지만 그녀와 그녀의 가족, 그리고 그녀의 사람들에게 깊은 의미를 지닌 이야기인 만큼 지형적 참고 자료가 되었다.   그녀의 고향 섬에 있는 여러 장소를 기억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가보리와 그녀의 가족은 언제나 이 장소와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또한 그녀가 카이아딜트의 토지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했던정치적 투쟁과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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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 재단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민족 역사에 깊숙이 자리 잡은  가보리의 코퍼스가 놀라운 회화적 근대성으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녀의  작품이 이 세대에 남긴 중요한 문화적 유산을 보여주는 이 전시회는   샐리 가보리와 카이아딜트 사람들의 역사에 대한 철저한 아카이브이기에 호주 정부가 많은 후원을 했다고 한다. 



사색과 성찰에 도움이 되는 이 야심찬 전시회와 더불어 까르띠에 재단의 자랑인 뒷 정원을 산책했다. 그러다 우연히 반가운 이름을 발견했다. 주세페 페노네 ! 작년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서 현대 미술의 주요 인물인 주세페 페노네(Giuseppe Penone)에 대한 전시를 했었는데 못 갔던것이 천추의 한이었는데 이렇게 만나다니… ㅎㅎ


정원에는 주세페 페노네의 청동 나무가 땅에서 솟아올라 수평으로 길게 뻗어 있다. 트렁크의 열린 본관에서 물줄기가 흐르고 있으며 청동으로 화석화된 이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대부분 그의 작품은 인간과 자연의 연결에 대해 질문한다.   1947년 이탈리아 피에몬테의 작은 시골 마을 가레시오에서 태어난 주세페 페노네는 토리노의 아카데미아 디 벨 아르티에서 조각을 공부했다. 21세의 나이에 그는 어린 나무의 성장 과정에 개입하는 일련의 행동을 주목했다. 페노네는 청동의 가능성과 작품의 기억과 모체로서의 신체 각인에 매우 일찍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자연과 문화 사이의 상호 의존성에 대한 아이디어에 뿌리를 둔 그의 작업은 천연 재료(목재, 청동, 대리석, 돌, 아카시아 가시 등)와 파편 또는 신체 각인에 대한 형식적인 탐구를 결합한다. 그리고 그의 작품은 지베르니 인상주의 미술관에서도 볼 수 있다. 그의  작품을 신기하다며 오랫동안 바라만 보다  막상 사진은 찍지 않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바람에 참고 사진은 인상주의 미술관 사이트에서 퍼왔다.


그리고 나오는 길에 근처 아뜰리에에서 전시회를 한다며 방문해보라고 초대장을 나눠주는 분이 계시길래 프랑스의 작은 갤러리들은 어떨까 궁금해서 다녀왔다. 입구 근처에 가니 조각가께서 열심히 작품을 만들고 계셨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요가 자세 할라아사나(쟁기자세)를 한 조각이 앞에 있어서 작가님과 함께 사진 찍어도 되냐 했더니 " 노 프라블럼" 이라고 하시면서 본인의 명함도 나눠주며  작품에 대해 더 알고 싶으면 연락하라고도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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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자체의 분위기도 너무 좋고 공간도 예뻐서 참 인상적이었다. 작품들도 작가의 공력이 가득해보이는데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거액은 아니여서 얼른 성공해서 컬렉터의 길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건 다음날 이야기인데, 문화유산의 날을 간단하게 마무리해보자면… 룩셈부르크 정원에서 온실을 특별 개방한다고 하여 다녀오게 되었다. 날씨가 좋은 일요일에 파리지앙, 파리지엔느들은 이 공원에 나와서 휴식을 즐기곤 하는데 나도 오랜만에 가게 되어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초가을 느낌의 날씨도 아주 좋았다.  룩셈부르크 정원의 온실은 문화 유산의 날에만 열기 때문에 줄을 서더라도 한 번쯤 가보고 싶었다. 식물 애호가까진 아니지만 뭐든 보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ㅎㅎ  정원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위해 이 온실에서 재배되는 식물들과 유명한 난초를 포함한 컬렉션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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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의 정원사가 설명을 해주고 분갈이를 시연하고 식물관련 조언들을 해주었다. 귀여운 과일 컬렉션도 구경할 수 있었다. 그리고 관리 직원이 뭔가를 정리하길래 뭐냐고 물어봤더니 씨앗이 든 죽어가는 식물이었다. 기념으로 가져가라며 하나 건네 주었는데 먹어도되냐고 물어봤더니 toxique(독성) 하다며 먹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ㅋㅋ 


이틀에 걸친 2022 문화유산의 날은 이렇게 마무리해보고 내년에는 조금 더 분주히 움직여서 많은 곳을 다녀오고 포스팅을 해보아야겠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 사진 원본은 https://blog.naver.com/mangchiro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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