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강] 너무 빠른 세상 속에서 나를 잃어버린 당신에게 > 최유림의 그림책 마음 화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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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림의 그림책 마음 화실

[5강] 너무 빠른 세상 속에서 나를 잃어버린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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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유림 (비작(주) 대표 / 작가, 예술교육콘텐츠 기획자)


오늘의 그림책 : 버지니아 리 버튼, 『작은 집 이야기』 (시공주니어)

어른으로 산다는 건, 어쩌면 점점 빨라지는 세상의 속도에 나를 억지로 맞춰가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어제까지는 분명 익숙했던 일들이 오늘은 낯설게 느껴지고, 한때는 나를 안정시켜주던 자리도 어느 순간 버거운 짐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세상은 더 빠르게 움직이고,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해내고, 새로운 방식과 기준은 쉴 새 없이 우리 앞에 밀려옵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자주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내가 너무 느린 걸까?’
‘내가 시대에 뒤처진 걸까?’
‘나는 이제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된 걸까?’

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지친 이유는 부족해서가 아니라, 너무 오랫동안 나답게 숨 쉴 수 없는 자리에서 버티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버지니아 리 버튼의 그림책 『작은 집 이야기』는 바로 그 마음을 한 채의 작은 집을 통해 조용히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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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작은 집 이야기』 (시공주니어)



너무 빠른 세상에 둘러싸인 작은 집

언덕 위에 작은 집 한 채가 있었습니다. 작은 집은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밤이면 별과 달을 올려다보며, 봄·여름·가을·겨울이 지나가는 시간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갑니다. 봄이면 꽃이 피고, 여름이면 아이들이 뛰놀고, 가을이면 들판이 익어가고, 겨울이면 하얀 눈이 내려앉습니다. 작은 집은 그 자연스러운 리듬 속에서 평화롭게 머물러 있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작은 집 주변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길이 생기고, 자동차가 지나가고, 집들이 들어섭니다. 곧 전차가 다니고, 높은 건물들이 세워지고, 어느새 작은 집은 커다란 도시 한복판에 갇히고 맙니다. 햇빛은 빌딩에 가려지고, 별빛은 도시의 불빛에 묻히고, 계절의 냄새는 먼지와 소음 사이로 희미해집니다.

작은 집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더 이상 예전의 작은 집 같지 않습니다. 낡고 초라해 보이고,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작은 집이 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작은 집을 둘러싼 세상이 너무 많이, 너무 빠르게 변해버린 것이죠.


계절의 리듬을 잃어버린 마음

우리도 살다 보면 작은 집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나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주변의 속도만 자꾸 빨라지는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잘 해내던 일도 어느 순간 버겁게 느껴지고, 사람들의 말과 기준을 따라가다 보면 정작 내 마음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집니다.

처음에는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더 많이 배우고, 더 세련되게 적응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쉴 새 없이 나를 몰아붙이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속 풍경이 흐려집니다. 내가 좋아하던 것, 나를 편안하게 해주던 시간,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던 작은 리듬들이 하나씩 사라져버리는 것이죠.

작은 집이 잃어버린 것은 단순히 시골 풍경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자기다운 속도였습니다. 해가 뜨면 밝아지고, 밤이 오면 고요해지고, 계절이 바뀌면 천천히 물드는 삶의 감각이었습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감각이 필요합니다. 성과와 속도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숨구멍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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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출처: 『작은 집 이야기』 (시공주니어)
 

낡아진 것이 아니라, 지쳐버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도시 한복판의 작은 집은 낡고 초라해 보입니다. 사람들은 그 집을 시대에 뒤처진 오래된 건물처럼 바라봤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작은 집은 쓸모없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자신답게 숨 쉴 수 없는 자리에 너무 오래 서 있었던 것뿐입니다.

우리는 자주 스스로를 오해합니다. 지치면 내가 약해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무기력하면 내가 게을러졌다고 탓합니다. 예전처럼 반짝이지 못하는 날에는 내 안의 무언가가 망가졌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어쩌면 당신은 낡아버린 것이 아니라, 당신을 살리는 햇빛과 바람과 계절을 너무 오래 잃어버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람에게도 자기에게 맞는 자리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복잡한 도시의 속도 안에서 활기를 얻지만, 누군가는 조용한 시간 속에서 비로소 자기 자신을 되찾습니다. 누군가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누군가는 혼자만의 고요 속에서 다시 살아납니다. 중요한 것은 세상이 정한 좋은 자리가 아니라, 내 마음이 다시 숨을 쉴 수 있는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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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출처: 『작은 집 이야기』 (시공주니어)

 
다시 나답게 머물 수 있는 곳으로

어느 날, 작은 집을 알아본 사람이 나타납니다. 그는 작은 집을 도시 밖으로 옮겨 다시 자연이 있는 언덕 위에 놓아줍니다. 작은 집은 다시 해와 달과 별을 바라보고, 계절이 지나가는 소리를 듣습니다. 예전과 똑같은 시간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지만, 작은 집은 다시 자기다운 자리에서 평온을 되찾습니다.

이 장면이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작은 집은 완전히 새로운 집이 된 것이 아닙니다. 더 크고 화려한 건물로 바뀐 것도 아닙니다. 그저 자신이 살아날 수 있는 자리로 돌아갔을 뿐입니다. 회복이란 어쩌면 그런 것인지도 모릅니다.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로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다시 찾아주는 일 말입니다.

그러니 너무 빠른 세상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해서, 스스로를 함부로 낡았다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마음이 초라해진 것이 아니라, 당신을 비추던 햇빛이 잠시 가려졌던 것일 수 있습니다. 당신의 감각이 무뎌진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은 소음 속에서 당신의 계절을 듣지 못했던 것일 수 있습니다.

이제는 가만히 물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어떤 자리에서 다시 숨을 쉴 수 있는 사람인가. 

나를 살리는 빛과 바람은 어디에 있는가. 너무 오래 버티기만 하느라 잊고 있었던 나만의 리듬은 무엇인가.

작은 집이 다시 하늘을 바라보게 되었듯, 우리에게도 다시 나답게 머물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합니다. 그곳은 꼭 먼 곳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루 중 잠깐의 고요일 수도 있고, 오래 잊고 있던 작업실의 책상일 수도 있고, 나를 평가하지 않는 한 사람의 곁일 수도 있습니다.

자, 이제 당신의 마음이 살던 작은 집을 떠올려볼까요?너무 빠른 세상 속에서 잃어버린 당신만의 계절은 무엇인가요?그리고 지금 당신의 마음은, 어디에서 다시 하늘을 보고 싶어 하나요?


글ㆍ사진_최유림 (비작(주) 대표)
임상미술치료 연구 및 예술교육 기획자.
그림책의 미학적 가치를 심리회복와 결합하여, 어린이와 성인의 마음 성장을 돕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웹: bejak.co.kr / 인스타그램: @i_bej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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