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주(Michael Joo) 개인전 《마음의 기술과 저변의 속삭임》 개최
국제갤러리, 2024년 8월 30일(금)–11월 3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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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는 오는 8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K2에서 마이클 주(Michael Joo)의 개인전 《마음의 기술과 저변의 속삭임》을 선보인다. 예술과 과학의 교차점에서 인식과 정체성, 그리고 경계성에 대해 탐구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일상적인 지각 기저에서 이루어지는 교환과 연결, 언어화하기 어려운 영향 관계에 주목한다. 전시 제목 《마음의 기술과 저변의 속삭임》은 이를 시적으로 담아낸 문구로, 표면화되지는 않지만 소근거리듯 작동하는 각종 숨겨진 연결망을 환기하고, 여러 비가시적 관계와 친밀성을 조율하는 이른바 ‘소프트 스킬(soft skill)’에 주의를 돌린다.
마이클 주, 〈Barcelona, 2017. Silvered epoxy on canvas, 160.8 x 118.3 cm. © 작가, 국제갤러리
마이클 주, 〈Cosms (Catalunya 1)〉, 2016-2024. Silvered alabaster and dichroic glass
Silvered alabaster: 18.5 x 18.5 x 14 cm. Dichoric glass: 30 x 30 x 1.6 cm. © 작가, 국제갤러리
마이클 주, 〈EP Print (v. 2)〉, 2024. Acrylic piezograph on widetone paper, 145 x 40 cm. © 작가, 국제갤러리
전시장에서 처음 마주하는 아크릴 패널 신작 시리즈는 공간을 분할하기도, 연결시키기도 하는 재료 및 양식에 대한 작가의 오랜 탐구의 결과물이다. 〈Revider〉라는 제목으로 엮이는 본 연작은 투명한 아크릴과 더불어 빛의 각도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의 색을 띠는 다이크로익 유리(이색성 유리)를 주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작품은 그 너머를 투영하는 투명성을 통해 공간 및 사물을 바라보는 시점을 의식하게 하거나, 변화무쌍한 색상의 표면을 통해서 정적인 사물로서의 작품에서 벗어나 감상자로 하여금 자신의 위치와 시선을 적극적으로 이동시키도록 유도한다. 작가는 패널을 전시장에 창문이나 벽처럼 세워 두거나 서로 잘라내듯 교차시키면서 (반)투명한 건축적 재료가 공간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한다.
한편 작가는 패널에 사물을 삽입하고 예상치 않은 위치에 오브제를 부착하거나 올려둠으로써 오브제와 이를 위한 건축적 지지체 사이의 상하관계를 갱신한다. 〈Revider for Ganoderms (Yeongjiboseot 1-3)〉(2024)에서는 탄화 버섯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일명 빈초탄이라 불리는 흰 숯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작한 것이다. 이렇듯 오늘의 기술과 수백 년 전통의 기술을 결합한 결과물이자 땅 속에서 균사체 네트워크를 형성해 식물 뿌리와 공생관계를 맺는 균류는 보이지 않는 저변의 연결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Revider with Carbon Doppelganger〉(2024)에서는 패널이 커다란 바위 조각을 관통한다. 탄소 가루, 흑연, 숯, 우레탄이 섞인 덩어리를 절삭해 만든 이 바위는 2018년 ‘리얼 DMZ 프로젝트(REAL DMZ PROJECT)’ 당시 비무장지대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어린이들이 한탄강 주변에서 수집한 작은 화산석 샘플들의 데이터를 스캔한 것에서 그 형태를 따왔다. 이러한 과정으로 만들어진 바위 조각은 DMZ의 장소적 맥락을 품은 하나의 파편이자 기술적 매개에 의한 인공물이며, 연소 후 구성요소가 변이된 오브제이자 숯이 그러하듯 감상자들과 호흡을 교류하는 물질이라는 복수의 정체성을 갖는다.
전시장 안쪽, 콘크리트 기단에 유리 패널이 끼워진 형태의 작업 〈Untitled (after LBB)〉(2024)는 이탈리아 태생의 브라질 건축가 리나 보 바르디(Lina Bo Bardi, 1914-1992)의 ‘유리 이젤’에 대한 오마주이다. 리나 보 바르디는 1968년 상파울루 미술관의 개관 전시를 위해 유리 이젤을 고안했는데, 이는 콘크리트 큐브에 유리판을 끼우고 그 위에 작품을 부착하는 독특한 디스플레이 방식이었다. 병렬로 늘어선 이젤은 전시장을 흡사 작품의 숲처럼 보이게 하고, 이로써 관람자들은 벽에 걸린 작품이 발산하는 역사적 위엄과 교훈적인 아우라를 전달받는 대신 눈앞에 서 있는 작품과 더 가깝고 직접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었다. 작가는 유리 이젤이 안과 밖의 경계를 구분하는 이동식 건축이며 질적으로 다른 공간의 열림을 알리는 경계면이라는 점에 특히 흥미를 느끼고 이 구조물의 조형미와 개념적 함축을 재조명한다.
본 전시에서 이 유리 이젤에 해당하는 작품은 작가의 또 다른 연작인 실버 페인팅을 위한 플랫폼으로서도 기능하게 된다. 〈Barcelona〉(2017)와 〈The Vagueness Argument〉(2017)는 작가가 지난 19년간 질산은의 시적 가능성을 탐구하며 만들어온 실버 에폭시 페인팅 연작의 일환으로, 질산은이 투사되는 빛의 각도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고 주변의 상을 증폭시키는 점에 착안해 고안한 일종의 대지 판화기법이다. 작가는 독도나 바르셀로나, 뉴욕의 폐공장 등 정치적, 사회적, 혹은 경제적 이유로 소외되거나 논쟁의 대상이 되는 땅 등의 경계 공간을 직접 찾아간다. 그리고 그 장소들의 지면에 에폭시를 바른 캔버스를 고정시킨 후 72시간 동안 노출시켜 그 땅을 ‘본뜨고,’ 그 위에 질산은을 입혀 해당 지면의 텍스쳐와 형태를 극대화해 작품에 담아낸다.
전시장 곳곳에 배치된 여덟 개의 〈Cosms (Catalunya 1-8)〉(2016-2024)는 지질과 광물, 장소성과 장소 이동에 대한 탐구로서 이번 전시 전체에 흐르는 고고학적인 맥락을 강조한다. 이 작품에는 스페인 카탈루냐에 있는 퇴적암층에서 추출한 앨래배스터(alabaster) 광석이 사용되었다. 퇴적암층은 그것이 매장된 땅의 모양을 반영하고, 암석층의 긴 광석을 잘라내어 만들어진 각 부분은 그 지역의 땅 전체를 품고 있는 작은 풍경 조각이다. 질산은과 다이크로익 유리의 반사면을 입은 작품은 ‘그때 그곳’을 ‘지금 이곳’의 생동하는 시공간과 연결시킨다.
'저변의 속삭임'은 보다 개인적인 영역으로 나아가 작가의 뿌리를 이루는 관계와 기억들로 확장된다. 언뜻 보기에 수채화로 그린 획처럼 보이는 〈EP Cascade〉(2024)는 실상 옥수수 개체의 유전적 이미지이다. 이는 전기장을 이용하여 다양한 크기와 전하를 가진 입자를 분리하는 실험 기법인 전기영동(electrophoresis)을 통해 만들어졌는데, 작가는 다이크로익 유리의 색 생환을 추출하여 이미지에 입힘으로써 조각들과의 시각적 공명을 만들어낸다. 한 생명의 청사진인 유전자 정보를 가시화하는 이 작품은 식물 생리학자인 어머니로부터 받은 보이지 않는 부드러운 영향을 향한 헌정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전시장 한켠에 외로이 서있는 〈Mediator (redux)〉(2024)는 1980년대에 작가의 가족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갈 때 가져갔던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다. 이 형상은 1974년 요셉 보이스의 〈I Like America and America Likes Me〉 퍼포먼스 중 한 장면에서 따온 것이다. 당시 보이스는 유럽으로 대변되는 서구와 미국이라는 더 넓은 의미의 서구와의 관계에 대한 논평을 위해 따뜻한 보호를 상징하는 펠트 천을 두르고, 갤러리 공간에서 미국의 야생적인 본성과 원주민 문화를 상징하는 동물인 코요테와 3일 동안 지냈다. 이 퍼포먼스에서 보이스는 자신을 유럽과 미국을 매개하는 샤먼으로 상정했는데 이때 천 사이로 튀어나온 굽은 지팡이가 매개 장치로 쓰였다. 마이클 주는 퍼포먼스에 등장한 보이스의 조각적 형상을 차용, 거기에 자신의 개인사가 담긴 퀼트 천을 입히고 전선과 케이블로 만든 옥수수 수염을 뻗어 나오게 했다. 이 천은 1970년대에 작가가 물려받은 것으로 세대를 넘나드는 친밀한 가족 관계를 담고 있다. 꽃가루를 생산하고 수분을 돕는 옥수수 수염처럼, 매개자로서의 인물의 형상이 입을 통해 뿜어내는 케이블과 코드가 작품 사이를 연결하며 이들을 수분시키고 전시 전체가 하나의 조용한 속삭임으로 들리게 한다.
ⓒ 아트앤컬쳐 - 문화예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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