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희 개인전 《The Apple and The Moon》 개최
갤러리바톤, 2024. 8. 14. - 9. 14.
본문
갤러리바톤은 오는 8월 14일부터 9월 14일까지 한남동 전시 공간에서 김덕희 작가의 개인전 《사과와 달》을 개최한다.
김덕희 작가는 우주와 자연, 사회와 문화, 물질과 에너지, 시간과 공간 등 다양한 존재의 층위에 깊은 관심을 갖고, 빛, 열, 중력, 언어와 같은 비물질적 매체를 활용하여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LED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몰입형 설치 작품과 대형 파라핀 왁스 조각을 통해 세상과 사물의 이면을 독창적인 시각으로 드러낸다.
김덕희 개인전 《The Apple and The Moon》개최. © 작가, 갤러리바톤
Partial Solar Eclipses, 2024. LED display, video loop
25.8 cm x 25.8 x 7.5 cm
installation dimensions variable. © 작가, 갤러리바톤
To Night, From Night, 2024. paraffin wax, dye, plaster
installation dimensions variable. © 작가, 갤러리바톤
세계의 작동 방식에 대한 집요한 탐구와 그 감상을 실험적인 설치 작업으로 전개해 온 작가는, 바톤과의 첫 전시에서 그 관심의 영역이 우주로까지 한껏 확장된 일련의 신작들을 선보인다. 이번 개인전은 작가의 대표적인 설치 작품인 저해상도 영상기기의 픽셀을 조형화한 작업과, 파라핀을 녹여 공간과 구조물에 도포하는 작업, 그리고 픽셀 작업에서 파생된 새로운 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김덕희가 빛과 열, 중력과 같이 “세계”라는 물리적 공간에 “상황”을 부여하는 요소들을 가시화하는 프로세스에는 자연물, 산업용 재료, 일상용품 등을 포함한 다양한 비미술적 재료가 사용된다. 재료들을 조합하고 해체하여 본래 물성의 이면을 시각화하기 위해 작가는 종종 엄밀한 수행성에 의존하는데, 정교한 해체를 통해 사물의 근원을 드러내고 반복된 동작이 만들어내는 축적은 결과물의 볼륨(volume)을 능동적으로 조절하고 시간의 흐름을 기록한다.
〈움브라 (Umbra)〉(2024)는 사각의 직립 구조물 형태의 LED 디스플레이 모듈과 거기서 정교하게 분해된 픽셀들이 커다란 빛의 서클을 이루며 바닥에 흩뿌려진 작업이다. 원본 영상의 이미지를 추정할 수 없게끔 뒤섞이고 흐트러진 각각의 램프는 소리에 의존하여 어떠한 패턴이 있음을 암시한 채 아름다운 빛의 흐름을 만들어 낸다. 시간성과 서사성이 해체된 영상에서 이미지를 이루지 못하고 그저 빛의 깜빡임으로 환원된 각각의 픽셀들은 물질의 가장 기본 단위인 원자를 떠올리게 한다. 인간의 삶의 근간을 이루는 시간성과 서사성의 실재에 대한 작가의 탐구에서 출발한 픽셀 작업은, 〈A Scattering Time〉(2019)과 〈Blue Hour〉(2023)를 거치며 〈움브라〉에 이르러 삶이라는 환영의 실체를 보다 입체적이고 몰입적으로 표현한다.
〈부분일식 (Partial Solar Eclipse)〉(2024)은 LED 모듈을 사용한 영상 작업이다. 픽셀이 육안으로 구분되는 저해상도 영상기기의 사용은, 이 시리즈의 착안과 조형 의지가 〈움브라〉와 같은 맥락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공간에 간격을 두고 불규칙하게 배열된 모듈은 ‘세계’라는 공간을 엿보기 위한 매체로서 작동한다. 영상에선 작가가 수집한 자연과 일상의 풍경이 천문학적 시공과 중첩되며 드러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데, 우주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이미지가 타오르는 불꽃이었고 행성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사실은 사과의 표면이라는 시각적 유희를 시현한다. 이렇듯 미시세계와 거시세계의 이미지를 오가며 층위의 전복시키고 경계를 흩트리는 작업은 김덕희가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반영한다.
〈밤이 밤에게 (To Night, From Night)〉(2024)의 검푸른 파라핀으로 뒤덮인 두 개의 대형 구조물은 산 혹은 거인의 형상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그 속에서 뻗어 나온, 마치 서로를 향해 내밀고 있는 듯한 작고 하얀 손은 그것의 외양과는 달리 실은 약하고 소외된 존재를 암시한다. 작가에게 ‘밤’은 여러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중요한 키워드이다. 〈The Melting Sun in the Night〉(2021)에서부터 ‘밤’은 단지 어둠을 말하는 것이 아닌, 모든 것이 해체된 상태에서 다시 무언가가 태어날 ‘가능성’으로 가득 찬 세계를 뜻한다.
전시명 '사과와 달’은 뉴턴의 일화 중 하나로, 전혀 다른 속성의 물체가 실은 동일한 하나의 원리로 연결되어 있음을 말하고 있다. 뉴턴이 사과라는 작은 세계를 관찰하며 달이라는 큰 세계를 떠올렸듯이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업들 또한 미시세계와 거시세계 사이를 오가며 서로의 연결성을 추적하고 상상하며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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