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가 양혜규가 2026년 완공 예정인 존 F. 케네디 국제공항John F. Kennedy International Airport(이하 JFK 국제공항)의 제6터미널에서 공중설치 조각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찰스 게인즈Charles Gaines와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를 포함한 7개국 출신의 작가 18인이 참여하는 이번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미국 진입의 최대 관문 중 하나이자 전세계적인 교차로인 JFK 국제공항에 장소 특정적 작품을 설치해 문화적 역동성과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총 2천2백만 달러의 예산이 투입될 이번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JFK 국제공항은 뉴욕 소재 공항 중 최대 규모의 미술품 컬렉션을 갖추게 된다. 2023년 2월부터 건설을 시작한 JFK 국제공항의 제6터미널은 미국 건축설계 업체 코건Corgan Associates, Inc.의 총괄 하에 2026년에 1차 완공, 그리고 2028년에 최종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의 신축 제6터미널 디지털 렌더링 (외부)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의 신축 제6터미널 디지털 렌더링 (내부)
뉴욕 뉴저지 항만공사Port Authority of New York and New Jersey(이하 항만공사)는 JFK 국제공항 제6터미널의 미술품 설치를 위해 라과디아 공항과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의 미술 설치 커미션을 주도한 뉴욕 기반 비영리단체 퍼블릭아트펀드Public Art Fund(이하 PAF)와 다시 한번 협업한다. 이들의 협업을 통해 뉴욕 퀸스 소재 라과디아 공항의 터미널 B에는 다섯 점의 작품이, 터미널 C에는 도시의 에너지와 다양성을 기념하는 여섯 점의 작품이 영구 설치되었으며, 뉴저지 소재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 터미널 A에는 뉴저지 주의 풍경을 담아낸 두 점의 대규모 작품 등 다양한 공공미술 작품이 소개된 바 있다. 항만공사는 지난 4년 간 선보인 미술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왔으며 그 호응에 힘입어 이번에도 모든 개발업자에게 신축 터미널 내 미술작품 설치를 필수 조항으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제6터미널의 건설을 위해 민간개발자들이 함께 구성한 JFK 밀레니엄 파트너스JFK Millennium Partners(이하 JMP)가 유치한 미술품 관련 예산은 라과디아 공항 터미널 B와 C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들었던 비용의 약 두 배에 달한다. 항만공사 이사 릭 코튼Rick Cotton은 최근 라과디아 공항 터미널 B와 C,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의 터미널 A에 대한 설문조사의 긍정적 결과를 인용하며 “JFK 국제공항 제6터미널을 통해 미술이 가지는 사회적 중요성과 영향력에 대한 변화된 대중적 인식을 드러낼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PAF는 수백 명의 작가들을 검토한 후 명단을 추려 기획안을 제시했고, 항만공사, JMP 대표자 그리고 미술계 전문가로 이루어진 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최종 18명의 작가가 선정되었다. 전 세계인들이 모이고 드나드는 허브 역할을 해온 JFK 국제공항과 뉴욕이라는 도시의 상징성을 바탕으로 뉴욕 출신의 작가 이외에도 사회적, 문화적, 지리적으로 다양성을 포괄할 수 있는 작가들을 엄선하여 보다 다채로운 목소리를 반영하고자 했다. 이에 테레시타 페르난데스Teresita Fernández를 포함해 멕시코 출신 펠리페 베자Felipe Baeza, 독일 출신 커스틴 브랏쉬Kerstin Brätsch, 소말리아 출신 우만Uman 등 다채로운 배경을 지닌 작가들의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 대다수의 작가들에게 이번 프로젝트는 뉴욕에서의 첫 상설 공공미술 커미션으로서의 의미도 가진다.
제13회 베네세 상Benesse Prize 수상, 베네세 하우스 미술관 참여작.(이미지=국제갤러리)
공항이라는 장소의 특수성 때문에 여전히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 있으나, 양혜규는 제6터미널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위해 공중설치 조각 작품을 제안한다고 전했다. 종종 작품을 공중에 설치하곤 했던 작가는 이번에 에스컬레이터나 터미널 사이 통로가 교차하여 많은 여행객들이 오가는 지점의 높은 천창 아래에 작품을 설치할 예정이다. 정신적인 행려성homelessness 혹은 이민과 이주에 대한 예술적 관심을 추상의 언어로 제시해 왔던 양혜규가 과연 공항이라는 장소를 어떻게 해석할지 주목되는 한편, 여행, 이주, 이동을 상징하는 공항이라는 장소에서 작가의 꾸준한 관심사가 비로소 새로운 의미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혜규는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짚어낸다. “이주와 이동은 단순한 현실의 현상을 표현하는데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고정되지 않은 정신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는 변화하는 사고와 새로이 생성되는 이상을 통해 끊임없이 운동movement을 생성해 내는 존재이고, 이러한 정신적인 운동이 가져다주는 ‘이주’는 타인과 함께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항만공사 회장 케빈 오툴Kevin O’Toole은 “이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비전에 갈채를 보내며, 이들의 작품이 어떻게 터미널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매우 기대된다”고 밝혔다. JMP 이사회 의장인 조지 케이시 역시 “세계 각지의 사람들은 예술을 위해 뉴욕으로 모인다. JFK 국제공항에 곧 생길 제6터미널은 그 자체만으로도 예술의 성지가 될 것이다”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한편 PAF 아트디렉터이자 대표이사인 니콜라스 바움Nicholas Baume은 역시 ‘뉴욕 타임스’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작가 명단은 글로벌하다. 우선 다양한 국가 출신의 작가들이며, 또 뉴욕으로 이주해 이곳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교차로로서, 또 미국이나 뉴욕이 목적지인 여행자들을 환영하는 광장으로서 JFK 국제공항이 지니는 의미를 고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다.”
양혜규 작가 (이미지=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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