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아트갤러리, 오기영 박사학위 청구전 ‘무작위와 작위의 접점, 졸박의 가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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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영 박사학위 청구전의 건식벽화(팽나무), 61×73, 4EA, 2021
동덕아트갤러리는 9월 28일부터 10월 3일까지 동덕아트갤러리 A, B 전시실에서 자연미술을 추구하는 오기영 작가의 박사학위 청구전 ‘무작위와 작위의 접점, 졸박의 가치’를 개최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돌멩이, 제주 바다, 팽나무 등 자연물을 형상화한 건식 벽화 형태의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우아한 도시적 세련미보다는 소박하고 질박하며 거친 맛이 두드러지는 ‘졸박’한 벽화 작품은 관람객을 끌어당기는 묘한 힘을 지닌다.
제주 출신으로 40대 늦깎이로 동덕여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은 오기영 작가는 “내 고향의 자연물들은 내 어머니의 체취를 품고 있는 상징물”이라며 “상징은 삶의 의미를 주는 기호이며, 기호는 벽화 기법을 통해 작품으로 녹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벽화 재료인 황토를 찹쌀풀과 함께 손으로 반죽한 후 건조와 바르기를 반복하면 밑판이 만들어진다. 그 위에 다시 백토를 바르고, 건조하면 모판이 완성된다. 이런 흙과의 교감은 오기영 작가의 유년 시절 어머니와의 교감과 비슷하다. 흙은 대지를 이루며 대지는 여성을 상징하고, 이는 곧 세상의 모든 어머니이고 작가 혹은 관람객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오기영 작가는 단단히 다져진 모판 위에 어머니의 기호들을 송곳으로 긁어냈다. 이때 투박하게 패인 선과 면은 무작위적인 표현이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한 삶을 살았던 어머니의 상흔과 닮았다. 빗물이 모두 땅속으로 스며들어 밭농사와 목축, 그리고 어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야 했던 제주도 동쪽 구좌의 세화란 마을에서 나고 자란 오기영 작가는 자신의 삶을 통해 제주를 관찰하고, 어머니를 통해 그 속의 삶을 해석한다. 제주 외형이나 현상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그 속에서 한국미의 특수성과 차별성을 표출하고, 어머니를 통해 본질과 원형에 한 걸음 다가선다.
김상철 동덕여대 교수는 “벽화 기법을 바탕으로 무채색의 단순한 흑백 구조로 이뤄진 작가의 화면은 졸박(拙朴)이라는 심미적 가치를 통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졸(拙)은 교(巧)의 상대적인 가치로 교가 화려함을 지향한다면, 졸은 소박함을 추구하는 것이다. 박은 가공되지 않은 통나무를 의미한다. 그것은 인공적인 기교로 다듬어지기 이전의 가장 본질적인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결국, 졸박이란 기능적인 기교를 넘어 대상의 본질에 육박하고자 하는 것이다. 인공적이고 자극적인 기교가 난무하는 현대미술에서 오히려 고전으로 본질의 가치를 추구하는 오기영 작가의 작품은 의외로 수수하면서도 아름답고, 거칠면서도 따뜻하고, 순간이면서도 영원함을 느끼게 하는 매력을 지닌다.
오기영 작가는 지금까지 스물한 번의 개인전과 100여 개의 단체전에 참가하는 등 왕성한 작품 활동을 벌여왔다. 그의 작품 일부는 태평양, 갤러리 라메르, 미술은행, 이레개발, UM갤러리, 제주도립미술관, 전주 우리들 요양병원, 광주 수완병원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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