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프리즈 서울 2023(Frieze Seoul 2023) 및 키아프 서울 2023(Kiaf SEOUL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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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는 오는 9월 6일부터 10일까지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프리즈 서울 2023(Frieze Seoul 2023)’ 및 ‘키아프 서울 2023(Kiaf SEOUL 2023)’에 참가한다. 지난해 유서 깊은 세계적인 아트페어의 국내 상륙을 알린 ‘프리즈 서울’과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한국 페어의 저력을 보여준 ‘키아프 서울’이 올해도 다양한 프로그램 및 행사, 그리고 수준 높은 미술작품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하며, 서울을 문화예술의 에너지로 뜨겁게 달굴 것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서보(b. 1931) 〈Écriture (描法) No. 080616〉, 2008, Mixed media with Korean hanji paper on canvas
130 x 195 cm(이미지=국제갤러리)
하종현(b. 1935) 〈Conjunction 95-011〉, 1995, Oil on hemp cloth
194 x 260 cm(이미지=국제갤러리)
올해 2회째를 맞이하는 ‘프리즈 서울’에는 작년에 비해 증가한 전 세계 30개국 120여 개의 갤러리가 참여, 수 년째 ‘예술 부흥기’를 맞이한 서울에서 각양각색의 컬렉터 및 미술 애호가, 그리고 미술 관계자들을 만난다. 2003년 런던에서 출범한 후 ‘프리즈 마스터스’(2012), ‘프리즈 뉴욕’(2012), '프리즈 로스엔젤레스’(2019), 마지막으로 ‘프리즈 서울’(2022)까지 순차적으로 개최하며 저변을 확장해온 프리즈는 최근 뉴욕의 아모리쇼(Armory Show)와 엑스포 시카고(EXPO CHICAGO)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 행사는 동시대미술을 선보이는 ‘메인(Main)’, ‘프리즈 마스터스’ 디렉터인 네이선 클레멘츠-길레스피(Nathan Clements-Gillespie)의 디렉팅 하에 고전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이르는 거장들의 작품들 중 소장가치가 있는 미술품들을 다루는 ‘마스터스(Masters)’, 그리고 두산아트센터의 큐레이터이자 독립 큐레이터로도 활동 중인 장혜정과 마닐라 현대미술디자인미술관(MCAD)의 디렉터이자 큐레이터인 조셀리나 크루즈(Joselina Cruz)의 기획으로 아시아 지역 갤러리의 작가 10명의 단독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이는 ‘포커스 아시아(Focus Asia)’ 등으로 구성된다.
지난해에 이어 ‘프리즈 서울’을 주도하는 디렉터 패트릭 리(Patrick Lee)는 "올해에는 특히 아시아 기반의 수준 높은 갤러리들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며, “페어가 소개하는 다양한 특별전 및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의 작가, 컬렉터, 큐레이터, 미술 애호가 간 문화교류의 장을 확산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프리즈 서울’이 개최되는 9월 첫 주 동안 삼청, 한남, 강남 지역의 각종 미술관과 갤러리 등에서 다양한 ‘프리즈 위크(Frieze Week)’ 행사들이 열려 서울을 문화예술의 에너지로 가득 채울 예정이다.
국제갤러리는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 국내외 근현대 미술가들의 수작들을 대거 선보인다. 가장 먼저 단색화 선구자 박서보의 〈묘법〉 연작 중 봄날의 개나리를 연상케 하는 대형 회화 〈Écriture (描法) No. 080616〉(2008)을 소개한다. 작가는 2000년 이후부터 작업에 다채로운 색채를 가미하고 이에 홍시색, 벚꽃색, 황금올리브색, 공기색 등의 명칭을 붙여 자연이 선사하는 감동을 전달해왔다. 그는 지난해 세계적인 예술서적 출판사인 리졸리(Rizzoli)와 함께 모노그래프 『Park Seo-Bo: Écriture』(2022)를 출간하기도 했다. 또 캔버스 뒷면에서 앞면으로 물감을 밀어내는 배압법(背押法)으로 제작된 하종현의 〈접합〉 구작 〈Conjunction 95-011〉(1995)이 소개된다. 한국 아방가르드의 시초이자 단색화의 주역으로 활동해온 작가는 2022년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 미술전의 공식 병행전시로 개최되었던 대규모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고, 최근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최된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에 초기 〈도시 계획 백서〉 연작 등을 선보이며 한국 미술사에 뚜렷한 존재감을 각인했다.
이와 함께 독자적인 행보와 대담한 실험 정신에서 비롯된 추상표현회화로 한국 근현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최욱경의 미국 유학 시절의 드로잉 작업 〈Untitled〉(1968)를 출품한다. 국제갤러리는 ‘프리즈 서울’에 앞서 8월 25일부터 부산점에서 흑백 드로잉에 초점을 맞춘 작가의 부산 첫 개인전 《낯설은 얼굴들처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기하학적 추상을 선도한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는 이승조의 〈핵 89-40〉(1989)도 선보인다. 차가운 색감 및 화면구성의 대비가 돋보이는 파이프 형상의 〈핵〉 연작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작가는 오는 10월 11일부터 11월 30일까지 런던 마졸레니(Mazzoleni Art)에서 유럽의 거장 아고스티노 보날루미(Agostino Bonalumi)와의 2인전을 개최한다. 국내 모더니즘의 대표주자 김용익의 회화 〈이것은 답이 아니다 #18-26〉(2018)도 부스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작가는 복기와 사유의 매개로 ‘땡땡이’를 활용해왔는데 이번 작품 또한 그가 1990년대부터 시작한 ‘땡땡이’ 연작 중 하나이다.
한편 활발한 활동으로 국제적인 입지를 쌓아온 국내 중견 작가들의 작업도 여러 점 소개된다. 그 중 올해 말 국제갤러리 서울점에서 약 10년 만의 개인전을 앞두고 있는 이광호의 신작 〈Untitled 6917〉(2023)은 못과 그 주변을 둘러싼 갈대, 수풀 등을 세심하게 그려낸 풍경화이다.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는 현대미술가 양혜규의 블라인드 설치작 〈계단식 횃불 나리 수직 정원〉(2023)도 부스에 설치될 예정이다. 작가를 대표하는 재료이자 공업적 특성이 눈에 띄는 블라인드를 활용한 이 작품은 주황, 빨강, 초록 등 다채로운 색상으로 구성되어 담벼락을 타고 올라가는 식물의 형상을 떠오르게 한다. 작가는 현재 벨기에 겐트 현대미술관(S.M.A.K.), 일본 도쿄 모리 미술관, 캔버라 호주국립미술관 등의 개인전 및 단체전에 참여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 ‘MMCA 현대차 시리즈 2023’ 작가로 선정된 영상 설치작가 정연두의 포토콜라주 및 사운드 작업 〈Here and Elsewhere - Seile〉(2016)도 전시된다. 현실과 가상이 묘하게 교차하는 초현실주의적 분위기, 시네마틱한 구도, 화면 속 평온한 색감으로 위장한 팽팽한 긴장감이 특징적인 정연두의 작업은 리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에슬 미술관, 칼더 재단 등 국내외 유수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9월 초 리움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앞두고 있는 강서경의 신작 〈Mountain #23-07〉(2022-2023)도 출품되는데, 철, 놋쇠, 가죽 조각, 실크, 실 등 다양한 재료가 결합된 산수화적 풍경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해외작가로는 인도 출신 영국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오목한 디스크 형태의 작업 연작 〈Green and Brandy〉(2021)를 선보인다. ‘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7년 만에 서울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실리콘, 섬유유리, 거즈, 과슈 등 다양한 재료를 통해 시각예술의 재료적, 개념적 한계에 도전하는 신작 회화 및 조각을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의 신작 〈Collier Rose, Cristal et Vert-Aquamarine〉(2023)도 만날 수 있다. 유리 목걸이는 1997년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Felix Gonzales-Torres)를 기리는 작업 〈상처-목걸이(Le Collier Cicatrice)〉에서 시작, 다양한 크기로 제작되어 현재 작가의 대표 연작으로 자리잡았다. 유리의 연약한 물성에서 느껴지는 역설적인 아름다움은 과거의 상처 또한 언젠가 치유될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키아프 서울’은 지난 2002년부터 현대미술의 가치를 발견 및 공유하고 이를 국제적으로도 활발히 교류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아트페어로 자리매김해왔다. 올해 20개국에서 온 210여 개의 세계적인 갤러리가 참가하는 ‘키아프 서울’은 한국 작가를 비롯해 동시대 아시아 미술을 중심으로 젊고 미래지향적이며 역동적인 현대미술에 주목하고, 미술계 주요 트렌드를 반영한 특별전 및 다채로운 구성의 토크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국내외 컬렉터 및 관람객들을 만난다.
우고 론디노네(b. 1964) 〈zweitermärzzweitausenddreiundzwanzig〉, 2023
Watercolor on canvas, artist's frame, 200 x 300 cm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우고 론디노네(b. 1964) 〈zweitermärzzweitausenddreiundzwanzig〉, 2023
Watercolor on canvas, artist's frame, 200 x 300 cm (이미지=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는 이번 ‘키아프 서울’에서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의 근작들을 만날 수 있는 솔로 부스를 기획한다. 이번 부스에서는 다채로운 색감과 매체로 구성된 약 16점의 작품들을 통해 작가의 광범위하고 입체적인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먼저 작가의 집이 위치한 뉴욕 롱아일랜드의 매티턱에서 직접 본 노을을 묘사한 수채화 연작 〈mattituck〉을 만날 수 있다. 각각의 작품은 보색을 이루는 세 가지 색으로 채워지는데, 작가는 간결한 색의 구성만으로도 해가 뜨고 지는 순간의 풍경, 노을의 섬세함, 그리고 일상의 자연을 대면하는 인간의 감성 등을 화폭에 담아낸다.
이와 함께 말의 형상을 실물 크기보다 다소 작게 푸른 유리로 구현한 〈the horizons〉 연작의 일부를 소개한다. 두 가지 푸른 색조가 수평 구조를 이루며 지평선을 암시하는 이 작품은 말의 형태에 바다의 풍경을 담아낸다. 이를 통해 작가는 ‘풍경 속의 개체’라는 기존의 공식을 뒤집어 ‘개체 속의 풍경’을 펼쳐 보이며 ‘소우주’의 개념을 표현하고 있다. 이어 창틀에 불투명한 유리를 삽입해 외부를 바라보는 창의 본질을 제거하고, 대신 작품에 비친 내부 공간과 그 안에 존재하는 관람객 자신을 바라보도록 유도하는 〈the peace〉(2022)도 선보인다. 한편 로마 숫자로 시간이 새겨진 시계 형상을 띠지만 정작 시침과 분침이 부재하는 〈light green clock〉(2022)은 형이상학적 차원의 시간 흐름을 상기시킨다. 스테인드글라스로 제작된 해당 작품은 교회와 같은 종교적인 건축물에서 스테인드글라스가 상징하는 영적 초월성을 연상시키는 등 특유의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이렇듯 풍경 속 개체가 아닌 개체 속 풍경을 담아낸 말, 외부 세계를 바라보는 쓰임새를 상실하고 되려 내부와 보는 이의 존재를 반영하는 창문, 시간을 함의하고 있지만 정작 구체적인 시간을 알려주지 않는 시계 등은 시적 중의성에 바탕, 다른 차원으로의 경험을 가능케 하는 우고 론디노네의 대표작이다. 이번 ‘키아프 서울’ 솔로 부스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작가가 오랫동안 견지해온 깊은 인간애, 자연 및 영적 세계에 대한 존중, 섬세한 조형 언어, 그리고 특유의 재치와 관용 등 다채로운 면모를 펼쳐 보이며 관람객들을 현대적 명상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재 우고 론디노네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테델 미술관과 미국 뉴욕주 스톰 킹 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개최 중이며, 프랑스 님 자연사 박물관, 미국 밀워키 조각 박물관 등의 단체전에서도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국제갤러리는 이번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 개최에 맞춰 8월 30일부터 10월 22일까지 현대미술의 거장 아니쉬 카푸어의 개인전을 서울점 전관(K1, K2, K3)에 걸쳐 개최한다. 약 7년 만에 국내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객을 압도하는 대규모 조각 4점과 함께 강렬한 페인팅 및 과슈 드로잉을 선보일 계획이다. 같은 시기, 서울점의 한옥 공간에서는 현대미술가 양혜규의 프레젠테이션 《동면한옥》이 진행된다. 본격적인 전시공간으로의 오픈을 앞둔 한옥의 현재 상태를 활용한 이번 프리젠테이션은 ‘동면’을 전시 연출의 주개념으로 채택해, 조각 및 평면 작품들이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게 공명하는 새로운 공간으로 관람객들을 초대한다.
한편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는 8월 25일부터 10월 22일까지 한국적인 추상회화를 이끈 최욱경의 개인전 《낯설은 얼굴들처럼》을 선보인다. 해당 전시는 부산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가의 개인전으로, 독자적인 추상문법을 구축해 나가기 시작하던 초기 미국 유학시절 당시 다양한 매체를 실험하며 제작한 흑백 드로잉 및 판화 26점과 크로키(인체 드로잉) 8점을 소개한다.
ⓒ 아트앤컬쳐 - 문화예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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