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석 개인전 《극단적으로 복잡하나 매우 우아하게 설계된》
작품에 빈번히 등장하는 기호의 존재와 그 함의에 대해 고찰
본문
갤러리바톤은 2023년 8월 23일부터 9월 27일까지 한남동 전시 공간에서 이재석(b. 1989)의 개인전 《Exceptionally Complex, Yet Elegantly Engineered(극단적으로 복잡하나 매우 우아하게 설계된)》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제도권 안 삶의 규격화된 양태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하여 자연과 우주의 운행과 그것이 자각되는 방식에 대한 관심으로 점차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작가의 최근작을 살펴보는 흥미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LEE JAESEOK, ALIGNMENT, 2023, gel stone, acrylic on canvas, 259.1x193.9cm
LEE JAESEOK, CONSTELLATION_2, 2023, acrylic on canvas, 193.9x112.1cm(사진=갤러리바톤)
‘물리(The laws of nature)’는 ‘모든 사물의 이치’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현상계가 작동하는 원리와 방식을 총칭한다. 지구라는 특수한 환경이 우리를 포함한 모든 사물을 수용하고 기능하도록 돕는 ‘중력’은, 뉴턴에 의해 법칙화되기 전에도 많은 이들의 오랜 탐구 대상이었다. 그중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폭포와 새들의 비상을 오래 관찰하며 중력의 신비에 누구보다도 경도되었던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예술과 과학의 다양한 주제에 대한 그의 광범위한 연구와 놀라운 발견의 저변에는, 연구 논문집 “코덱스 아룬델(Codex Arundel)”이 증명하듯 기본적인 자연법칙에 관한 집요한 탐구가 선행되어야 했을 것이다.
모든 사물 간의 상호 작용부터 우주의 항상성에까지 광범위하게 관여하는 중력의 그 오묘하며 무척 정교한 작동 메커니즘은 직간접적으로 이재석의 작품 세계에 있어서도 근간을 이루어 왔다. 공산품의 조립도를 방불케 하는 천막과 텐트의 도해와 각 축의 균형미와 무게 중심에 대한 고려, 한 치의 과장 없이 정교하게 차용된 풍경은 묘사된 공간이 현실 세계의 한 양상임을 드러낸다. 작가가 창작의 공간적 스테이징을 우주로 확장하면서 등장하는 오라(Aura)에 둘러싸인 흑백의 검은 구체는 묘사된 풍경과 이미지들이 여전히 일반적인 물리 현상 아래 놓여있음을 환기시킨다. 예를 들어, 정렬 (Alignment, 2023) 연작에서 화면의 상하부를 양분한 주체 간의 팽팽한 균형감은 조수간만의 원리를 떠오르게 한다. 반면, 중력을 거슬러 공중에 정지한 듯한 나뭇등걸 또는 가지의 형상 수상한 덩어리 1, 2(Carrier_1, 2, 2023)는 물리적 법칙을 거스르는데, 이러한 비현실적인 구도는 이 공간이 일반적인 시공간이 아니며 묘사된 오브제는 현실 세계에서의 인과 법칙에 구애받지 않음을 내포한다. 과거 게임 아이템을 직접 디자인하며 픽셀들의 군집이 하나의 대상으로 분하는 것에 경탄했던 작가는, 생의 사이클이 멎은 듯한 나뭇등걸에 그 양감만큼이나 새로운 생명의 태동 또는 상전이의 가능성이 잔뜩 축적되어 있음을 상기시킨다.
이재석의 작품에 빈번히 등장하는 기호의 존재와 그 함의에 대해 고찰해 보는 것은 그의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한 지름길이다. 군 복무 기간 중의 경험이 잘 용해되어 있는 그의 초기작에서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기호들은,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의 일사불란함을 위한 기계, 물품 및 한시적으로 구속된 인간들에 작가가 도식적으로 붙인 ‘제2의 명칭’이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여기에는 권력관계가 존재하는데, 이는 이차원 평면 그 자체로 완결된 미디엄인 페인팅의 장르적 특성상, 작가의 부가 설명 없이는 관람자에게 약속 체계가 공유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치는 작품에 등장하는 기호의 모티브가 군대라는 폐쇄적인 기관에서 연유함과 맥락이 맞닿아 있다.
이재석(b. 1989)은 목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미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챕터투(2023), 서울시립미술관 SeMA 창고(2021), 이응노미술관 신수장고M2(2018)에서의 개인전을 포함하여, 일민미술관(2023),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2022), 서울대학교미술관(2022), 이천시립 월전미술관(2021), 스페이스K(2020), 대전시립미술관(2019) 등 유수 기관의 전시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코오롱, CNCITY에너지 등에 소장돼있다.
ⓒ 아트앤컬쳐 - 문화예술신문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