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켜잡는 디지털’ 개최
엠에이엠피 홈페이지에서 4월 20일부터 5월 21일까지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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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다슬 작가, 김혜리 작가의 MaMP ‘움켜잡는 디지털’ 설치 전경
엠에이엠피(MaMP, 대표 박상민)는 기획 전시 ‘움켜잡는 디지털’을 온라인 갤러리에서 4월 20일부터 5월 21일까지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온라인 미디어의 고유한 문법으로 예술적 표현을 모색하는 김다슬, 김혜리 두 작가를 조명한다. 두 작가는 각종 미디어에 노출된 환경에서 일상을 이전과 다르게 접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김다슬은 일상에서 컴퓨터 기기로부터 느낀 낯선 감각으로부터 다차원 이미지를 탐색하고, 김혜리는 케이팝(K-Pop)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인간을 화폐 단위로 상품화하는 구조에 주목한다. 김다슬과 김혜리 작업을 잇는 메타버스 공간은 현실과 가상 사이 경험이 증대한 오늘날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생각이 무엇인지 되묻는다.
김다슬은 ‘TMP’ 연작에서 새, 거미, 부처, 행성 등의 다양한 형태 각각을 도장(圖章)에 새기고, 그것을 평면에 찍어 자국을 스캔한다. 스캔 값은 3차원 모델링 작업으로 디지털 공간에서 새로운 형태로 변환한다. 3차원에서 2차원으로 압축하고, 2차원에서 3차원으로 팽창하는 김다슬의 이미지는 매체 여럿을 오가며 원본 여럿을 본래 정체성과 멀어진 새로운 것으로 만든다. 이미지의 이동에서 인간과 디지털 요소가 모이고 흩어지는 과정은 끊임없이 반복하고 전례 없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면 소통 경험이 감소한 현실에서 온라인 미디어 대화 기능에 필연적인 한계를 되돌아보게 한다.
김혜리는 실재하지 않은 인물을 드러내는 디지털 공간에서 자본주의에 관한 문제의식을 엔터테인먼트 산업 이미지로 드러낸다. 가상 공간에서 무대 조명에 따라 반짝이는 몸을 지닌 아바타 여럿은 시스템 필요에 따라 정제 없이 재생산하는 이미지를 불러온다. 기성 아이돌 무대에서 수집한 의상, 춤, 소리를 참조한 퍼포먼스는 새로운 ‘아이돌’이 빠르게 등장하고 사라지는 시장과, 그곳을 메우는 공허한 순간을 포착한다. 김혜리의 아바타는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몸으로, 이는 미술 작가 본인이 제도권에서 활동하는 조건에 관한 성찰로 향한다.
엠에이엠피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예술인과 동시대 미술을 조명하는 국제적인 웹 플랫폼이다. 서울 관악구, 강남구, 종로구의 특정한 주소 데이터값을 온라인 뷰잉룸과 연결하는 엠에이엠피만의 브랜드 스토리는 온라인 플랫폼에 고해상도의 실감형 콘텐츠를 구현하고 다양한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전시 및 미술품 접근 서비스를 제공한다.
작가소개
김다슬
김다슬은 뉴미디어 매체를 사용해 비인간 주체에 투영된 인간 생태계를 보여주고 몸, 정체성, 물질과 비물질, 기술과 존재 등에 대한 확장된 해석을 제시한다. 플랫폼엘, 뮤지엄 산, 탈영역우정국, 오시선와 미국 슈퍼콜리더 갤러리(Supercollider Gallery), 옥시아트(Oxy Arts), 뉴 와이트 갤러리(New Wight Gallery), 아트 모라 갤러리(Art Mora Gallery) 등에서 전시했고 양자 미술 및 인공지능(AI) 아트 대회에서 수상한 바 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조소와 미술사를 공부했고 UCLA에서 미디어 아트 석사 학위를 받았다.
자아는 가상 영역으로 확장돼 왔고 우리는 가상의 타자를 매일 마주하게 된다. 나는 가상 존재들을 일종의 연민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다. 모호해지는 실존의 경계는 가상과 물질의 동등한 가능성을 촉발하며 권력 구조 아래 인간 노동자와 조종당하는 가상 존재들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나는 자유의지를 잃은 이들이 새로운 가상의 노동 계급이 될 것이라 상정하고, 다영역에 걸친 예술 연구를 통해 인간 슬픔을 이해하고자 비인간 개체에 감정을 투영하고 그들을 위로하고자 시도한다. 이 실존적 질문에 대한 나의 탐구는 현실과 가상 사이에서 존재, 자아, 연결된 마음, 자본, 계급 및 기술과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기술과 자본주의의 관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발터 베냐민(Walter Benjamin)은 상품이 수동적 물체가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에너지의 응축이라고 봤다. 보리스 아르바토프(Boris Arvatov)는 물체가 자본주의 생산품의 노예의 지위에서 해방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알렉산드르 로드첸코(Aleksandr Rodchenko)는 물체 안에 저장된 에너지를 방출함으로써 그들은 동료가 되고, 잠재적인 친구가 되며, 심지어 연인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인간 욕망과 에너지를 반영하는 디지털 이미지와 디지털 존재는 그들의 본질이라고도 할 수 있는 픽셀에서 인간의 영혼과 같은 에너지를 감지하게 한다.
동양 철학과 연관되는 존재 경계를 허무는 무한한 연민의 자비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향한 초월적 사랑으로 이어진다. 더 급진적으로 종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는 ‘사이보그 선언문(Cyborg Manifesto)’을 통해 우리는 기계이며 기계는 우리 존재의 발현이라고 했다. 우리가 투영된 가상의 존재들에 대한 위로의 욕구는 그들을 사랑하고 옹호하고 싶은 마음으로 발전한다.
슬라보이 지제크(Slavoj Žižek)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Blade Runner 2049)’를 분석하면서 안드로이드 노동이 착취로 간주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했다. 나는 이 물음에 대한 개인적 해답의 실마리로 조너선 크래리(Jonathan Crary)의 ‘24/7(Late Capitalism and the Ends of Sleep)’에서 흥미로운 선례와 의견을 찾을 수 있었다. 인간-오랑우탄 하이브리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 스탈린의 ‘휴먼-에이프(human-ape)’ 프로젝트, 나치 군인들의 약물 사용 등은 포스트휴먼 노동자/군인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포스트 휴머니즘 담론에서 육체를 통해 작동하는 노동과 계급의 창출을 고려한다면 새로운 노동계급이 등장할 수 있다는 단서를 발견하게 된다. 효율을 극대화하거나 마음을 조종하려는 목적으로 약물을 사용하는 것은 신체 일부를 기계로 대체하려는 ‘사이보그 과학’과 관련이 있다. 기술 변화 역시 자본주의의 변형일 뿐이며 권력을 통한 통제와 규제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로지 브레이도티(Rosi Braidotti)는 ‘포스트 휴먼(The Post-human)’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직접적인 접촉의 한계를 넘어선 후에, 우리는 그것들을 사이보그라고 부를 수 있다. 기계와 물리적으로 결합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포스트 인간이 됐다는 의미에서. 우리는 디지털 매개체가 끊임없이 확장되고 교체되는 과도기에 살고 있으며, 그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인식을 열어준다. 즉, 미디어를 하이브리드로 본다면 우리는 그것들을 사용하는 현대인을 사이보그라고 볼 수도 있겠다.”
도나 해러웨이의 관점에서의 사이보그는 기계와 생물학적 유기체의 잡종인 키메라다. 만약 우리가 안드로이드 노동에 대한 질문으로 되돌아간다면, 그들의 노동이 착취로 간주될 수 있는지는 우리가 그들을 인간으로 보느냐 아니면 인간이 아닌 의식적인 존재로 보느냐에 달려 있다.
김혜리
김혜리는 가상과 현실, 컴퓨터로 창조된 이미지, 그리고 인공 지성에의 탐구를 세계-건설 과정으로 연구하는 작가다. 끊임없이 발전하는 기술의 예술적 가능성과 문화적 함의를 투시하는 작가의 트랜스미디어 작업은 3D 에셋 설계, 상호 작용 설계 및 연구를 포괄한다. 작가는 서울대학교 서양화과와 조소과, 캘리포니아 칼아츠 아트 앤드 테크놀로지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헬렌 J. 갤러리(Helen J. Gallery), 플랫폼엘, 아트센터 나비, 시카뮤지엄 등에서 전시한 바 있다.
캐피털-리듬(Capital-Rhythm, 자본-리듬)은 ‘자본주의의 케이팝(K-Pop) 데뷔’를 기점으로 구축된 소통 기술로 존재하는 세계다. 이 프로젝트에서 케이팝이란 아이돌 그룹 안무가 있는 댄스 음악 장르이다. 프로젝트는 케이팝 현상을 통해 기술 발전과 평행하게 점점 더 수치화가 가능해지는 문화를 탐구한다. 이 프로젝트는 예술을 통해 우리의 시대를 반영하고 싶다는 관심에서 비롯됐다. 우리 시대 문화의 본질은 무엇이며, 예술가들은 어떻게 그것을 작품 속에 담아낼 수 있을까. 대중문화 사물의 창조와 분배를 영속시키는 자본주의의 내적 필요성은 무엇인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소리와 이미지의 형태로 나타나는 상업문화의 강압적 성격의 인과 관계를 고찰함으로써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체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케피털-리듬은 해부학 극장(Anatomical theatre)의 구조로써 전체 6개의 다른 층계로 구성된다. 초기 유럽 대학들의 맥락에서, 병원의 해부학 극장은 주로 범죄자나 신원 미상의 시신을 부검하는 곳이었다. 가장 위인 6층에서는 시청자가 케이팝 스타들의 상점을 탐색하도록 유도한다. 5층은 아이돌들이 공연장 밖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는 곳으로, 팬들에게 연결감을 더한다. 4층은 기업 경영 시스템을 통해 엄격한 식단 계획과 심신 훈련, 법적 의무 등을 거쳐 스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시청자가 체험할 수 있는 훈련장이다. 3층에는 아이돌들이 빛을 발하기 위해 의료 시술을 받는 클리닉이 있다. 2층은 그들이 새로운 사운드와 비주얼 프로젝트를 만드는 실험실이다. 마지막으로 1층은 연예 기획사 본사다. 새로운 케이팝 ‘아이돌’인 자본주의는 위 구조의 중심에서 최신 기계로 만들어진 노래를 공연한다. 실시간 음성 대화 기술(VRChat) 세계와 함께 웹 페이지의 다이어그램은 작업 프로세스를 캡슐화하고 세계를 위한 지도 또는 미완성 악보로 작동한다.
세계는 물리적 갤러리 공간을 더 큰 소셜 VR 플랫폼과 연결한다. 이 작품은 오늘날 세계의 초현실성을 향한 이런 제스처를 통해 화이트 큐브 기반 예술의 정당성과 관련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작업 프로젝트는 3D 모델링 기술(Cinema 4D), 딥모션(Deepmotion)이 적용된 모션 캡처, 게임 엔진 유니티(Unity)와 실시간 음성 대화 기술(VRChat SDK)이 적용된 월드 빌딩, 새로운 인공지능(GAN) 기반 기계 학습 모델(Catch-A-Waveform)이 적용된 사운드 신호 생성을 사용해 제작됐다.
ⓒ 아트앤컬쳐 - 문화예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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