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라 호주국립미술관에서 개인전 개최 및 주요 앙상블 조각 소장 결정
주요 조각군 〈소리 나는 중간 유형 – 미분 방정식 셋〉 미술관 영구 소장 결정
본문
오는 5월 27일부터 작가 양혜규는 호주의 수도 캔버라에 위치한 호주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ustralia에서 개인전 《양혜규: 부터-까지로부터의 변화로부터Haegue Yang: Changing From From To From》를
9월 24일까지 개최한다. 중국 출신의 개념미술가 리 유안 치아Li Yuan-chia(1929–1994)의 한 시 제목을 인용한 전시명은 지역 이주에 관한 서사를 비롯해 이동성과 변화, 상호 연결성과 움직임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고찰을 반영하는 네 개의 작품군을 소개한다.
현대미술의 선구자적 인물 세 명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조각군 〈소리 나는 중간 유형 – 미분 방정식 셋Sonic Intermediates – Three Differential Equations〉(2020)은 전시의 중심 축을 구성한다. 세 점의 조각이 한 쌍을 이루는 본 작품은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에서 2020년 첫 선을 보인 이후, 대륙을 옮겨 이제 호주에서 관객들과 조우한다. 또한 이 작업의 각각의 조각은 바바라 헵워스Barbara Hepworth(1903-1975), 나움 가보Naum Gabo(1890-1977), 그리고 리 유안 치아Li Yuan-chia(1929-1994)와 대칭을 이루며, 이들 간의 역사적 혹은 가상의 만남은 물론 작가 양혜규 혹은 오늘 우리와의 만남을 상정한다. 손잡이가 달린 조각군은 전시 기간 동안 관계자들에 의해 주기적으로 활성화되어 전통적인 의식이나 의례를 연상시키는 방울의 울림으로 공간을 채울 예정이다.
〈소리 나는 중간 유형〉 연작을 통해 잘 알려진 여러가지 민속적인 직조 방식의 중요성은 〈삼세번 희부연이Triple Chalkies〉(2015)라는 비교적 소규모의 조각에서도 발견된다. 철재 프레임에 파스텔 톤의 매듭을 차용해 제작된 조각은 천장으로부터 매달려 늘어져 있다. 이 조각을 비롯한 매듭을 사용한 노동 집약적인 조각들에서 작가는 모더니즘 미술에서 흔히 간과되어온 장식성과 기하학적 패턴을 강조한다. 즉 양혜규는 추상 조각에 여성적, 민족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장식과 패턴을 사용함으로써 서구적 위계질서에 도전한다. 또한 호주의 소장가가 호주국립미술관에 기증한 본 작품이 이번에 미술관의 소장품으로 소개된다는 점도 뜻깊다.
이번 전시에는 양혜규의 최근 벽지 작업인 〈비非-선형적 비非-주기적 역학Non-Linear and Non-periodic Dynamics〉(2020)도 포함되어 있다. 수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Lorenz가 날씨의 변동을 모델링 하기 위해 사용한 미분 방정식 등의 다양한 기후와 공기 이동에 관한 참조물에서 영감받아 제작된 본 벽지는 자연을 이해하고 통제하려는 인간 시도의 불가능성을 가시화하는 참조물의 총합이기도 하다. 부서지는 파도와 함께 나선형을 그리며 표현된 이미지는 예측 불가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과 기후환경을 연상시키며, 하나의 사소한 행동이 다른 장소에서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나비 효과'를 은유한다. 특히 이번 작업에서 작가는 기후의 영향에 취약한 호주의 자연환경을 나타내기 위해 캄베리/캔버라Kamberri/Canberra 지역의 수로와 고대 유적지를 참조했는데, 이는 식민지 역사, 자원 채굴 산업 및 도시 개발 등으로 파괴되기 이전 수천 년 동안 보존되고 세심히 관리된 호주의 옛 자연을 환기한다.
〈진정성 있는 복제Genuine Cloning〉(2020)는 복제된 작가의 목소리로 낭독된 서사와 실제 일어난 일의 앰비언트 녹음이 하나로 결합된 작업이다. 작가가 ‘소리 열매Sound Fruits’라 칭하는 여러 대의 부양하는 스피커 앙상블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작업의 독백 부분은 국경을 초월하는 다양한 주제와 관행에 대해 이야기한다. 태풍의 이름을 짓는 것에 대한 내용이 그중 하나인데, 이 또한 자연계를 통제하려는 인간의 시도와 맞닿아 있다. 이 오디오 작업에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역시 포함되는데, 이는 지난 2018년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두 정상이 비공개로 대화를 나누는 동안 카메라 셔터 소리를 제외하고 녹음된 유일한 소리였다. 태풍과 마찬가지로, 새소리는 인간의 행위에 대한 자연의 무관심을 반영하며 나아가 관람자로 하여금 이 역사적인 대화의 내용을 추측하게 한다.
한편 전시 개막에 앞서 호주국립미술관은 〈소리 나는 중간 유형 – 미분 방정식 셋〉, 〈삼세번 희부연이〉, 그리고 〈비非-선형적 비非-주기적 역학〉을 영구 소장하기로 결정했다. 호주 브리즈번의 퀸즐랜드 미술관Queensland Art Gallery에도 이미 양혜규 작가의 대작〈솔 르윗 뒤집기 – 958배로 확장된, 열린 모듈 입방체(소형)Sol LeWitt Upside Down – Open Modular Cubes (Small), Expanded 958 Times〉(2015)가 소장되어 있는데, 이번 기회로 또 한번 작가의 주요 작업이 미술관에 소장되어 역사적인 무게감을 더한다.
또한 전시 개막에 맞추어 작가와 전시 큐레이터인 러셀 스토러Russell Storer 와의 대담이 5월 27일에 진행되며, 전시 기간에 걸쳐 양혜규 작가가 직접 선정한 영상 스크리닝 프로그램을 비롯해 전시 주제를 심도 있게 확장하는 미술사학자들의 연계 행사들이 이어질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미술관 웹사이트(https://nga.gov.au/exhibitions/haegue-yang-changing-from-from-to-from/)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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