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는 오는 5월 4일부터 7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아트부산 2023’에 참가한다. 올해로 12회를 맞이한 아트부산은 국내 3대 아트페어 중 하나로 올해는 국내외 22개국 146개 갤러리, 이 중 35개의 해외 갤러리가 참가하며 역대 최대 규모 및 다양한 참여 국가의 부스를 선보인다. 이번 행사에는 각 참여 갤러리의 대표 작품들을 보여주는 ‘메인(Main)’을 필두로, 라이징 아티스트를 집중 조명하는 ‘퓨처(Future)’ 섹션 외에도 일반 갤러리 부스의 공간적 제한을 넘어 전시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관람객과 작가를 더욱 긴밀하게 이어주는 12개의 특별 전시 프로그램 ‘커넥트(Connect)’,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미술시장과 신기술의 집합점에 대한 담론을 나누는 ‘컨버세이션스(Conversations)’ 등 다방면으로 미술을 소개하는 흥미로운 프로그램들이 기획, 준비되어 있다.
최욱경(1940-1985) 〈Untitled〉 ,c. 1960s, Acrylic on paper,
45.5 x 47 cm, (이미지 =국제갤러리)
이승조(1941-1990), 〈핵〉, 1973, Oil on canvas
195 x 119 cm (이미지 =국제갤러리)
김용익(b. 1947), 〈Goods #22-1〉, 2022, Acrylic paint on paper
18 x 12.5 cm (이미지 =국제갤러리)
양혜규(b. 1971), 〈소리 나는 우주 동아줄 – 십이각 금 반듯 엮기〉, 2022
Stainless steel bells, PVD-coated stainless steel bells, stainless steel chains, split rings,
400 x 11 x 11 cm (이미지 =국제갤러리)
아니쉬 카푸어(b. 1954), 〈Green and Black Mist〉, 2019
145 x 145 x 20 cm(이미지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는 이번 아트부산 2023의 ‘메인’ 섹션에서 국내외 주요 근현대, 동시대 미술가들의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인다. 국내작가로는 독자적인 행보와 대담한 실험 정신에서 비롯된 추상표현회화로 한국의 근현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최욱경의 드로잉 작업 〈Untitled〉(c. 1960s)를 출품한다. 최욱경의 작품은 6월 11일까지 개최되는 제15회 샤르자 비엔날레와 5월 7일까지 런던 화이트채플 갤러리에서 진행되는 그룹전 《Action, Gesture, Paint: Women Artists and Global Abstraction 1940-70》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국제갤러리는 제2회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이 개최되는 오는 9월에 최욱경의 작업을 아우르는 네 번째 개인전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기하학적 추상을 선도한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는 이승조의 〈핵〉(1973)도 소개된다. 이승조는 당시 국내 화단을 지배하던 추상표현주의에 저항하며 엄격하게 절제된 조형성을 추구한 미술가로, 차가운 색감 및 대비되는 화면구성을 통해 기계적으로 표현된 파이프의 형상의 〈핵〉 연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편 국내 모더니즘의 대표주자로 알려져 있는 김용익의 ‘물감 소진 프로젝트’의 일부인 신작 드로잉 〈Goods #22-1〉(2022)을 선보인다. 2018년 12월 31일부터 현재까지도 진행 중인 이 연작은 작가에게 남아있는 물감, 색연필 등 회구(繪具)들을 소진(消盡)시키는 프로젝트로, 작가의 여생(餘生)을 어떻게 회화적인 표현으로 수렴할 것인가에 대한 고뇌가 담겨있다. 1970년대 및 1980년대를 관통하며 회화에 대한 반모더니즘적 접근으로 독자적인 철학과 작업방식을 구축해온 김용익은 독창성과 비정형성의 가치를 일깨워주었다.
이와 함께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대한 설화에서 영감을 얻어 금속 방울을 기하학적 구조로 엮은 동아줄 모양의 양혜규 작품 〈소리 나는 우주 동아줄 – 십이각 금 반듯 엮기〉(2022)가 부스에 설치된다. 이 작품은 작년 하반기 오카야마 아트 서미트에 출품되어 오카야마 시립 오리엔트 미술관에 10m에 달하는 길이로 설치되었다. 양혜규는 5월 28일까지 브라질 상파울루 피나코테카 미술관에서 남미 최초 대규모 개인전 《의사擬似-구어체》와 9월 10일까지 벨기에 겐트 현대미술관 S.M.A.K.에서 《양혜규: 몇몇 재연》이라는 개인전을 열고, 이후 캔버라의 호주국립미술관에서 《양혜규: 부터-까지로부터의 변화로부터》를 비롯해 헬싱키 미술관, 그리고 2024년에는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순회전으로 기획된 개인전을 선보이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양혜규는 탈라 마다니(Tala Madani), 투안 앤드류 응우옌(Tuan Andrew Nguyen), 프리다 오루파보(Frida Orupabo), 미카 로텐버그(Mika Rottenberg)와 함께 호안 미로 상(Joan Miró Prize)의 최종 후보 5인에 선정되었으며, 올해의 최종 수상자는 오는 5월 말 발표될 예정이다.
또한 회화 작가 박진아의 신작 수채화 〈반사판〉(2023)을 통해 영화 촬영 스태프들이 일하는 모습과 그들의 일상적인 순간을 회화적으로 접근하고 해석하는 특유의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박진아의 회화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비껴간 지점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인물을 담으며 고유한 서사를 구축하고 있다. 더불어 한국 전통 돗자리인 화문석 위에서 추는 조선시대 궁중 독무 춘앵무를 현대적으로 번안하여 섬세한 기하학적 패턴으로 장식된 갈대 매트로 특징 지어지는 강서경의 〈자리(Mat)〉 연작 〈Mat 120 x 165 #22-50〉(2021-2022)도 관객들을 만난다.
해외작가로는 오는 9월에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예정하고 있는 인도 출신 영국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오목한 디스크 형태의 작업 연작 〈Green and Black Mist〉(2019)를 소개한다. 작가는 올해 초 헤르조그 앤 드뫼롱 건축회사가 설계한 ‘젠가 타워(56 레너드 스트리트)’의 입구에 뉴욕에서의 첫 영구 설치작업을 공개했다. 아울러 런던 거리를 오가는 보행자들의 모습을 담은 영국작가 줄리안 오피(Julian Opie)의 LED 영상 신작 〈Old Street couple 2.〉(2023)가 있다. ‘걷기’라는 일상적 행위를 묘사하는 작가의 대표 연작 중 하나인 이 작품은 인물들의 보편적인 움직임 속에 담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포착한다.
한편 국제갤러리는 ‘퓨처’ 섹션 참여를 통해 호주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가 다니엘 보이드(Daniel Boyd)의 작업을 집중 조명한다. 다니엘 보이드는 호주의 탄생 배경 등에 대한 기존의 개념을 경계하고 의심하며 일방적인 역사관이 놓친 시선을 복원하는 등 서구의 역사적 관점을 깊이 파고드는 작업으로 존재감을 알려 왔다. 부스에서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 아킬레스(Achilles)의 조각상을 연상시키는, 활과 화살을 든 바누아투 남성을 담은 〈Untitled (EINWIS)〉(2023)를 만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이미지를 그려낸 작품들은 7월 9일까지 베를린 그로피우스 바우 미술관에서 열리는 작가의 유럽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 《RAINBOW SERPENT (VERSION)》에서도 전시 중이다.
국제갤러리 부산점은 아트부산 2023 개막 전날인 5월 3일부터 7월 2일까지 줄리안 오피의 개인전 《OP.VR@Kukje/F1963.BUSAN》을 갤러리 공간과 F1963 내에 위치한 석천홀에서 선보인다. 부산에서 열리는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조각, 모자이크, 필름, 가상현실(VR), 그리고 라이브 퍼포먼스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될 예정이다. 특히 2022년 여름에 부산 해운대와 센텀시티의 산책로를 지나는 보행자들을 촬영한 후 회화 및 조각으로 재해석한 연작이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다.
국제갤러리 서울점에서는 K2 1층과 K3에서 열리는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의 개인전을 통해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고 혁신적인 예술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칼더의 대표적인 ‘모빌(mobile)’과 과슈 작업을 선별해 아우른다. 동일 기간에 진행되는 이우환의 개인전은 K1과 K2 2층, 그리고 정원에 걸쳐 전개되며 작가의 1980년대 작품부터 근작까지 아우르는 조각 6점과 드로잉 4점을 선보인다. 두 전시 모두 2023년 5월 28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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