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모 개인전, 갤러리바톤서 개최…동서양의 조화로운 만남
갤러리바톤, 10월 1일 ~ 11월 9일
본문
갤러리바톤은 정은모 작가의 개인전을 오는 11월 9일까지 한남동 전시 공간에서 개최한다. 196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현대미술을 전공한 정 작가는 줄곧 미국과 이탈리아를 거점으로 활동하며 독자적인 기하추상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전시는 20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개인전으로, 한층 원숙해진 작가의 최근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정 작가의 작품은 단색화로 대표되는 동시대 한국 추상미술의 흐름 속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기하학적 형태와 색면을 통해 건축적인 구조를 구현하는 그의 작품은 질서와 균형 속에서도 은은한 긴장감을 드러낸다. 특히, 서사나 이미지에 의존하지 않고 순수한 시각적 경험을 추구하는 기하추상의 특징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작가가 직접 보고 경험한 장소와 공간에서 얻은 영감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형상화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정 작가의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동서양 미학의 조화로운 결합이다. 서구 미술에서 발전한 기하추상의 엄격한 구조 속에 동양적인 색채와 질감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치 고려청자의 깊이 있는 색감이 떠오르듯, 그의 작품은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를 넘어 다층적인 의미와 감성을 담아낸다.
이러한 동서양의 조화는 작가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이탈리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정 작가는 서구의 현대미술을 깊이 숙달하면서도 동양적인 감성을 잃지 않았다. 그의 작품은 이러한 경험들이 녹아들어 더욱 풍요롭고 다채로운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정 작가의 작품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은밀한 공간성’이다. 그의 작품은 평면적인 화면 속에 깊이감과 입체감을 극대화하여 마치 건축물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공간성은 작가가 오랜 시간 화면을 응시하며 발견한 미묘한 차이와 변화를 통해 구현된다. 예를 들어, 〈C2212〉 작품에서 오른쪽에 위치한 중첩된 사각형들의 조합이 왼쪽의 연옥색 직사각형보다 위쪽에 위치하여 원근 효과를 만들어내고, 이는 마치 건축물의 입면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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