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국 개인전 《RETRONISM》 개최
Gallery LVS (갤러리 엘비스), 9.2(월) – 9.23(월)
본문
갤러리LVS(신사동)에서 김성국 개인전 『Retronism』을 9월 2일부터 23일까지 전시한다. 본 전시는 김성국의 지난 15년간의 작품세계를 회고하며, 과거와 현재의 결합을 통해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주제 ‘관계’의 고찰로부터 더 가볍고 자유로워진 본연의 감정과 마주하는 여정을 담았다. Restronism은 회고의 의미의 Retrospective에서 착안한 전시명으로, 그리는 행위를 반복하여 재탄생에 이르는 Repetition의 의미 또한 포괄한다.
Leviathan, oil on canvas, 160×140cm, 2018. © 작가, Gallery LVS
Leviathan, oil on canvas, 160×140cm, 2018. © 작가, Gallery LVS
김성국의 작품 세계는 수많은 차용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멀티 컴플렉스다. 신화, 전설, 명화, 현대미술, 패션, 유명인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개념을 화폭으로 이끈다. 통상적으로 인지되는 기존의 개념을 서로 낯설게 배치함으로써 관람자에게 새로운 연관성을 제시한다. 끝나지 않는 서사를 읊는 『The Storyteller, 2021』, 파괴로부터 회복하고 치유하는 『롱기누스의 숲, 2023』에 이어 세번째 트릴로지를 완성하는 『Restronism, 2024』은 지난 모든 순간을 포용함으로써 비움 대신 채움과 결합으로 더 자연스러운 모습에 다가가는 수행이다. 갤러리LVS에서 스물 여덟의 신인 작가로 데뷔했던 개인전 『Pasting the Past, 2010』에서 지나간 것을 새로운 것에 깁고 이어 붙이며 시작한 차용의 세계관을 다시 돌아보되 역설적으로 그 행위를 통해 본질을 추구하는 미래로 나아가려는 실험이다. 김성국의 모든 작품이 가지는 ‘관계’ 라는 일관된 주제는 창작자로서 가장 강렬하게 이끌리는 매력적인 요소이자 다양한 감정으로 들여다보는 주제다. 원초적 호기심을 기반으로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감정을 들여다보고자 했던 지난날의 작품들과 함께 다채로운 감정폭을 경험한 중견 작가로 성장하여 인간과 사회, 자연과의 관계에서 차용을 다차원으로 확장하며 기발한 플롯들을 캔버스에 배치해왔다. 마치 르네상스 명화를 보는 듯 생동하는 인물들은 김성국 회화의 가장 상징적인 캐릭터성을 지키는 ‘관계’ 그 자체다.
『Restronism』은 창작자가 평면의 과거작들과 현실 세계를 오가는 시간여행자가 되어 관람객들에게 지난 캐릭터들이 뜻밖의 후속작을 통해 보다 명료한 미래를 맞았음을 알린다. 2018년, 영국 왕립학교(RCA) 재학 중에 그린 ‘Leviathan’은 함께 유학 생활을 하던 동기들을 모티프로 만든 체제와 유대에 관한 이야기다. 즐거움을 선사할 연주자, 세 여성과 같은 수의 세 늑대가 각자에게 다가올 시험을 암시하고, 규율과 명령에 복종하는 라이슬로이퍼(스위스용병), 좌절하는 인간에게 둘러싸여 체제로부터 승리하는 여성의 연대 혹은 다가올 투쟁에 맞서거나 받아들일 여성들의 운명을 다뤘다. 6년이 흐른 2024년, 반복으로 회고한 이 작품은 ‘Leviathan_Eternal’ 이라는 멋진 결말을 맞이했다. 체제 안에서 투쟁에 맞서는 여성들이 개인이 아닌 하나의 작은 국가와 같이 강력한 스크럼을 짜고 영원한 유대를 약속한다. 미완성의 학생 시절과도 같은 뒷면의 벽지 장식은 연필 스케치처럼 단조로웠지만 영원한 유대를 약속한 순간 정교하고 아름다운 윌리엄 모리스의 패턴으로 진화한다. 학생시절의 즐거움을 뒤로 하고 책임감과 독립성을 지닌 사회인으로 성장한 여성들 옆에는 자넷 쿠퍼의 몽키 드레스를 차용했다. 수많은 천과 신문, 코사지, 비닐 등을 꿰메 버려지고 잊혀지는 것들에 대한 애착과 사랑을 표현했다. 그동안의 굴곡진 경험들이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완벽하게 파티 드레스를 이루는 모습은 마치 강렬한 유대로 성장하는 인간이 느끼는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보여준다.
영원한 유대와 달리 홀로 남은 이방인의 성장을 담은 ‘After Stardust’는 2021년에 제작한 ‘Stardust’에서 많은 시간이 흘렀음을 이야기한다. 194x260cm 의 대형 포맷으로 제작된 ‘Stardust’는 영국 유학 시절 자주 들리던 프린스 알버트 펍을 배경으로 한여름 밤의 꿈처럼 펼쳐지는 황홀경을 선사했다. 거대하고 웅장한 사이즈에 걸맞는 화려한 장식미를 필두로 각자 다른 세계에서 튀어나온 것만 같은 드로잉, 일러스트, 애니매이션, 서양화 양식을 결합해 환상적인 이미지를 전개한다. ‘After Stardust’ 는 이 모든 황홀경이 지나간 자리에 그것을 처음부터 지켜본 작은 광대 한명만이 남아 은하수 위에 이룬 단단한 대지를 바라보고 있다. 이 것은 2010년에 발표한 카르파쵸의 수태고지를 모티프로 한 ‘수태고지 이후Ⅱ’를 회고하며 당시 역사적인 사건이 지나간 자리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고찰하며 만든 초기작을 재차용했다. 존재가 지나가고 난 자리 또한 공간으로서 자체적으로 유한하게 존재함을 표현했다.
‘수태고지 이후Ⅱ’ After the Annunciation 2 oil on canvas 72.7×60.6cm 2010. © 작가, Gallery LVS
After Stardust oil on canvas 130.3×162.2cm 2024. © 작가, Gallery LVS
마리아와 천사 가브리엘이 사라진 자리에 고요함만이 맴돌듯이 ‘After Stardust’도 시끌벅적한 퍼레이드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자리에 공허하게 남아있는 가장 작은 이방인만을 남겼다. 힘겨웠던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오자 모든 고생의 날들이 마법 같은 순간, 마치 꿈과 허상처럼 느껴졌던 묘한 순간을 그린 작품이다. 하늘을 딛고 서있는 것만 같은 불안한 날들이 켜켜이 쌓여가던 과거를 지나 현재의 자신이 비로소 대지를 밟고 서서 미래로 확신 있게 걸어갈 수 있을 만큼 성장함을 의미한다. 황홀경이 지나간 그곳은 모든 곳에 잔디가 피어날 정도로 비옥한 땅이다.
The Trees 52 oil on canvas 91×116.8cm 2024. © 작가, Gallery LVS
『Restronism』을 관통하는 두 대표작 외에도 단순화한 나무의 모습을 엘리베이션 프로세스 형식으로 쌓아올린 평면작업 ‘Trees’ 시리즈를 통해 기존 차용의 범위를 새롭게 넓혔다. 2024년 ‘Trees’ 신작은 프라 안젤리코의 고화에 등장하는 동양적인 사물 묘사에서 영감을 받아 문화차이로 인해 생기는 선입견과 편견을 부수기 위해 동양의 풍수지리를 상징하는 사신에 유럽의 벽지 패턴을 차용하여 기존의 무수히 뻗어 나가는 숲 패턴에도 차용의 세계관을 연장했다.
김성국과 김시종이 함께 활동하는 그룹 존쿡(John Cook)의 작품도 5점 공개된다. 존쿡 시리즈는 김시종의 사진 작업과 김성국의 유화 작업을 결합한 현대 미술을 전개한다. 구찌 자켓을 입은 이집트 죽음의 신 아누비스 뒤로 대량생산되는 오피스 공산품인 초록색 테이프가 부착됐다. 삶과 죽음이 순환하듯 패션도 사라지지 않고 순환함을 보여준다. 대량 생산되는 공산품이자 시간이 지나면 떨어져 버릴 초록 테이프는 유화로 계속 남을 아누비스와 달리 몇 십년이면 제 모습을 잃어버릴 것이다. 캔버스 안에 영원할 아누비스와 유한한 화학물이 공존하며 유한과 무한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김성국은 서울대 서양화과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동대학원 졸업 후 영국왕립예술학교 서양화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8년 영국 전역의 석사 졸업생 중 최고가에 작품을 판매해 영국 일간지 Telegraph에 ‘Something else for South Korea to cheer about’이란 기사로 소개되었으며, 영국 미술잡지 Elephant (issue 35)가 선정한 영국 전역에서 올해 주목해야 할 석사 졸업생 10인 안에 들었고, 유화 장르로는 유일하다. 폴 스미스에서 개인 컬렉션을 소장하여 파리, 베를린, 런던 매장에서 작품을 전시했다. 2010년 『Pasting the Past』로 갤러리LVS에서 첫 개인전으로 데뷔하여 5번째 개인전을 맞았고, 3회의 단체전을 진행했다. 본 전시 『Retronism』에서는 총 16개의 유화 작품과 5점의 존쿡(John Cook) 작품들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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