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에드워드 가드너와 제임스 에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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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7일(금) 저녁 8시 롯데콘서트홀
“토종 자존심 못지않게, 시향의 글로벌 연주력의 시급함을 일깨운 무대!”
올해 6월 중순과 하순은 국내 클래식계 무대에 클라우스 메켈레 지휘의 파리오케스트라와 에사페카 살로넨 지휘의 뉴욕필하모닉의 무대가 예년 시즌 같으면 상반기에 외국 오케스트라 무대를 접할 수 없는 시기에 국내 무대를 달궜다.
파리오케스트라는 더욱이 클래식계의 핫아이돌의 아이콘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4번을 협연했고 뉴욕필은 에사페카 살로넨 지휘로 크리스티안 짐머만이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4번을 협연하는등 보통 늦가을 하순 외국오케스트라들의 대전(大戰)이 벌어지곤 하던 국내 클래식계 무대의 풍경을 뒤바꿔 놓았다.
이런 와중에 지난 6월27일 금요일 저녁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향의 영국계 지휘자 에드워드 가드너와 캐나다계 바이올리니스트 제임스 에네스의 윌튼 바이올린 협주곡 무대는 토종 오케스트라의 자존심을 보였던 중요한 한 축 못지않게 외국 오케스트라들의 글로벌 이미지에 걸맞은 서울시향의 해외투어 강화등을 통해 시향의 글로벌 연주력의 시급함이란 또 다른 과제를 던졌다.
“파리오케스트라와 뉴욕필에 맞선 서울시향의 회심의 슈트라우스 알프스교향곡!”
필자는 뉴욕필과 폴란드 피아니스트 짐머만이 예술의 전당에서 협연을 갖던 지난 6월27일 금요일 당일 저녁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향 공연을 찾았는데 외국 오케스트라들의 열기에 기세가 꿀리지 않는 서울시향의 열렬 콘서트팬들로 객석이 가득 찬데서 우선 놀랐다.
이날 연주 레퍼토리들도 지휘자 에드워드 가드너와 바이올리니스트 제임스 에네스가 각각 서울시향과의 유트브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과 후반부 슈트라우스의 ‘알프스교향곡’ 두 개의 교향시로 감싸고 중간에 학구적 윌튼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짜여진 나쁘지 않은 연주 레러토리들의 조합이었다고 보여진다.
이번에 파리오케스트라의 내한지휘를 맡은 올해 만 29세의 클라우스 메켈레는 예외이긴 하지만 에드워드 가드너 역시 2년전인 2023년 10월 가을에 대구와 부천,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런던 필을 이끌고 내한, 젊은 지휘자의 이미지나 연주 스타일로 악단에 젊음이 이식돼 오케스트라의 젊음화에 상당히 기여한다는 점이 두드러졌던 기억을 갖고 있다.
당시 런던필과 가드너의 첫 연주곡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 Op. 26’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사운드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는데 이번 서울시향과의 연주에서도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핑갈의 동굴 서곡’은 멘델스존이 실제 스코틀랜드 헤브리디스 제도의 스태파 섬에 위치한 ‘핑갈의 동굴’을 보고 작곡한 연주회용 서곡으로 1832년 런던에서 발표한 곡이다. 멘델스존을 시기한 바그너마저 ‘음의 풍경화’라고 극찬한 만큼 한 폭의 풍경화를 그리는 듯한 인상적인 음악을 그려내는 데서 지휘 에드워드 가드너의 지휘 솜씨가 상당히 괜찮다는 느낌을 다시 한번 초반부터 받았다.
50대 초반의 젊은 지휘자로서 가드너의 진가가 드러난 것은 후반부 메인 연주곡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이었는데 알프스산맥 등반의 여정을 그려 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최후, 최대의 교향시!로서 6월 중하순에 내한연주회를 가졌던 파리오케스트라와 뉴욕필의 메인 연주곡들이었던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op.14’ 연주에 맞서는 서울시향의 회심의 연주곡 역할을 독톡히 해낸 느낌을 받았다.
“작품성과 학구적 취향이 공존한 윌튼 바이올린 협주곡!”
캐나다계 바이올리니스트인 제임스 에네스가 서울시향과 협연을 가진 공연에 대해 최근에 남는 기억은 3년전인 2022년 9월29일 ‘2022 서울시향 유카페카 사라스테와 제임스 에네스 무대’에서 브루크너 교향곡 제3번을 메인 레퍼토리로 무대에 올렸을 때다.
3년전 서울시향이 알반 베르크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캐나다계 바이올리니스트 제임스 에네스와 서곡 연주없이 무대에 올린 것은 통상 대중들에게 세계 3대 바이올린 협주곡 레퍼토리들로 많이 알려진 베토벤과 멘델스존, 그리고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대신 작품성에 포커스를 맞춘 연주곡으로 무대에 올렸다는 판단을 당시에 가졌었다.
올해 5-6월에 서울시향과 무대에 올랐던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이나 지휘자 데이비드 로버트슨,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 모두 대학에 교편을 잡고 있어 학구적 취향의 연주를 들려줬다는 감을 받았었는데 제임스 에네스 역시 2024년 여름부터 인디애나대 제이컵스 음대 바이올린 교수로 활동하고 있어 이번에 서울시향과 협연한 윌튼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자신이 피력한 대로 실로 아름다운 선율과 믿을 수 없는 관현악법, 환상적인 색채감이 결합돼 작품성과 학구적 취향의 이중적 성격이 연주내내 내 머리를 감돌았다.
서울시향 같이 2014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클래식 관객 선호도에서 10년 부동의 랭킹 1위를 차지한 국내의 대표적 국공립 연주단체도 파리오케스트라와 뉴욕필하모닉 같은 6월 중하순에 서울 클래식무대를 찾은 국제적 아성의 연주단체의 휩쓸림에 흔들리지 않을 서울시향의 국제적 연주력의 위상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연주내내 머리 언저리를 맴돌았던 것은 비단 나만이 가졌던 생각을 아닐 터이고 많은 클래식애호가들이 함께 느껴봤을 공통적 사안일 것이다.
사실 서울시향은 11년전인 지난 2014년 런던 BBC프롬스 무대에 데뷔한 이후 왕성한 해외투어를 통해 국제적 교향악단이라는 인식을 심어오는 것이 미진했던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6월 한달 국내 클래식계 무대를 주름잡은 파리오케스트라와 뉴욕필하모닉의 연주력 못지않게 유럽 클래식계 시장 연주투어와 미주시장 클래식 연주투어등의 강화를 통해 향후 10년내 베를린필과 경쟁할 비젼을 갖고 있는 서울시향의 국제화된 연주력의 경쟁력이 더욱 시급히 느껴진 배경이다.
글,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