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프 흐루샤 & 밤베르크 심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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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의 내한공연 때보다 더 젊은 사운드로 돌아온 밤베르크 심포니!”
밤베르크 심포니의 체코출신의 젊은 상임지휘자 야쿠프 흐루샤(44)가 2년전의 내한공연 때보다 더 젊은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밤베르크 심포니에 더 젊음을 입혔다.
초여름의 첫날을 여는 지난 6월 1일 일요일 오후 SAC콘서트홀에서 국내 내한 세 번째 연주회를 가진 밤베르크 심포니 연주회 얘기다. 이날 연주회의 후반부 베토벤교향곡 제7번의 1악장 포코 소스테누토-비바체를 처음 순간부터 젊음의 활력으로 이끄는 흐루샤의 지휘를 보면서 과거 70-80대의 노장 지휘자들이 유럽의 오케스트라들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40대의 젊은 지휘자들의 활력이 유럽의 오케스트라들에 젊음의 활력을 수혈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리저널한 로컬적 이미지를 벗어난 연주를 들려준 밤베르크심포니.(사진: 빈체로)
밤베르크심포니와 협연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사진: 빈체로)
“힘이 넘치는 흐루샤의 젊음의 활력이 빛난 베토벤 교향곡 제7번!”
야쿠프 흐루샤가 이끄는 밤베르크심포니는 베토벤교향곡 제7번의 지난주 일요일 오후 SAC콘서트홀에서의 내한 두 번째 연주회에서 1악장에서 강약과 음계를 모두 폭이 넓게 사용해서 이 교향곡의 진지한 의도를 잘 살렸다. 이 악장은 힘이 넘치는 분위기에서 생기발랄한 비바체로 옮겨 가는데 베토벤 생전에 가장 인기 있는 교향곡 악장 중 하나였던 알레그레토가 끝나면, 박력이 넘치면서 장난기마저 느껴지는 스케르초가 나온다.
힘이 넘치는 흐루샤의 이런 젊음의 활력이 내한연주회를 갖는 유럽 오케스트라들의 풍경이 과거 70-80대의 노장 지휘자들의 무대 풍경에서 40대의 젊은 지휘자들의 활력으로 대체되는 감을 갖게 하며 이런 40대 지휘자들이 오케스트라들에 새로운 젊음의 활력이 입혀진 젊음의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열광적인 피날레의 악장인 4악장의 알레그레토 콘 브리오에서도 이런 젊은 활력의 분위기로 인해 관객의 열띤 박수세례가 쏟아지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앙코르곡으로 들려준 브람스의 헝가리안 댄스 17, 18, 21번의 앵코르곡도 통상 헝가리무곡 1번이나 5번을 들려주는 것이 관례인 많은 연주단체들과 달리 새로운 앙코르곡들이어서 신선감을 더했던 것 같다.
40대의 젊은 지휘자들의 활력이 최근 이목을 끌었던 내한연주회 무대로는 5월초 내한공연을 가졌던 프랑스국립오케스트라의 내한무대를 이끌었던 루마니아 출신의 크리스티안 마첼라루(45)는 카랴얀과 함께 과거 클래식 음악계의 전설로 통했던 루마니아 출신의 첼리비다케 이후 국내 클래식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서유럽 출신 지휘자 못지않은 세련된 지휘 비팅으로 국내 관객의 열띤 반응을 이끌어냈고, 앞으로의 지휘 무대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한달전인 5월3일 토요일 오후 5시 10년만에 내한공연을 가진 베를린방송교향악단의 내한공연도 베를린필의 수장을 맡고 있는 키릴 페트렌코와 같은 1972년생인 러시아 출신의 블라디미르 유롭스키가 큰 키에서 뿜어져나오는 날렵한 지휘로 10년전에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에 가졌던 이 교향악단에 가졌던 미흡한 사운드의 아쉬움은 사라지도록 했던 기억이 새롭다.
블라디미르 유롭스키와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은 10년 전의 정직하지만 다소 무난했던 사운드를 과감히 벗고, 촘촘한 질감과 생동하는 리듬으로 브람스 교향곡 제1번을 재해석해 10년 전 “베를린필의 그늘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RSB가, 이제는 ‘독일 사운드의 또 다른 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꽉차있는 서곡과 과격한 보잉의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전반부에서 막스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는 2악장 아다지오등에서 더 과격해지고 커진 보잉동작으로 유럽 오케스트라계에서 숨은 보석의 진주같은 연주를 들려준 밤베르크심포니의 국내무대에서의 이미지업에 기여해줬다.
바그너가 스무살 때 쓴 그의 첫 번째 오페라인 오페라 <요정들> 서곡을 들려준 밤베르크의 사운드도 연주력이 꽉차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전달해서 독일교향악계에서도 인터내셔널한 아미지의 베를린필의 깊은 자장(磁場)을 전달하는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달리 밤베르크심포니의 리저널(regional)한 로컬적 이미지를 갖는 이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도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독일 사운드의 전개가 펼쳐진다는 느낌을 베토벤 교향곡 제7번 연주에서 들려줬다.
밤베르크심포니가 이런 리저널한 로컬적 이미지를 벗어나게 된데에는 이 심포니 연주단체가 전세계 64개국 500개 이상의 도시에서 약 7천700회의 연주를 펼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주투어의 여행을 다닌 오케스트라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 탓이 많이 작용하리라고 본다.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전세계에 울려 퍼지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이뤄나가고 있는데 실제로 밤베르크 심포니는 베를린이나 프랑크푸르트, 뮌헨 같은 대도시에 기반을 두지 않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그림같은 도시 밤베르크를 중심으로 바이에른과 독일 전역의 문화대사 역할을 하고 있는 독특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야쿠프 흐루샤가 만들어낸 압도적인 사운드는 긴장과 이완을 넘나들며 곡을 이끌었고, 그 중심에는 밤베르크 심포니 단원들 간의 견고한 앙상블이 있었다는 평가에서 완전한 근접까지는 아니지만 독일 교향악계에서 인터내서널한 베를린필 같은 막강 사운드와 리저널한 로컬적 오케스트라의 독일사운드의 차이도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한 연주감상의 체험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글: 여 홍일(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