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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여행

부천필 제282회 정기연주회-모스크바를 등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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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여 홍일(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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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부천필의 위상 다시 보게 된 정기연주회
 
지휘 이병욱이나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의 연주, 부천필의 연주력에 대해 베스트 클래식 시리즈를 통해 새롭게 부천필의 위상을 다시 보게 된 정기연주회였다고 평하고 싶다.
지난 11월5일 금요일 저녁 주말을 앞두고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천필 정기연주회는 내게도 펜데믹 시대에 서울 중앙소재 오케스트라와 부천필 같은 수도권 소재 오케스트라들 사이의 연주력 편차가 많이 사라지고 있음을 느끼게 한 연주회였다.
이같은 배경은 코로나-19 펜데믹 시대에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들의 내한공연이 많이 어려워지고 그간 취소돼온 탓도 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여겨지지만 부천필 같은 수도권 소재 오케스트라의 그간 쌓아온 뚝심같은 연주력도 펜데믹 시대에 분출되고 있는 것이 관객들의 좋은 호응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지휘 이병욱의 배짱과 뱃보 연주내내 내게 인상적
내게 부천필의 이미지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이어진 말러시리즈로 말러붐을 일으킨 오케스트라라는 이미지다. 그럼에도 부천필의 서울 나들이 연주는 서울 소재 클래식 애호가들에겐 서울시향이나 KBS교향악단 만큼 잦은 것은 아니어서 최근 관심을 갖고 부천필의 연주회장을 본격 찾기 시작했는데 예전의 부천필이 아니라는 생각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부천필의 연주력도 물론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닐 것이다. 클래식 음악사의 명작을 소개하는 베스트 클래식 시리즈를 비롯, 베토벤 릴레이 시리즈, 말러 시리즈, 쇼스타코비치 시리즈, 바그너의 향연시리즈, 리햐르트 슈트라우스 탐구시리즈, BPO오페라등 도전적이고 다채로운 레퍼토리의 정기연주회와 해설음악회, 스쿨 클래식, 어린이를 위한 음악놀이터, 아침의 클래식, 찾아가는 음악회등 서울 중앙의 서울시향 못지않은 다양한 관객층을 위한 기획연주회를 소화한 교향악단의 탄탄한 연주력이 뒷받침되었을 것으로 믿어본다.
이날 연주회는 일견 부천필의 연주력을 뽐내는 축제일 같은 느낌도 내게는 주었는데 이런 감정은 첫곡 쇼스타코비치 축전서곡부터 시작되었다. 사실 한 연주회의 성공은 지휘자의 리드에 많이 좌우된다. 그런 면에서 인천시향의 상임지휘자로 있는 지휘 이병욱의 배짱과 뱃보는 연주내내 내게 인상적이었다. 지난 봄철의 예술의 전당 교향악축제에서도 시벨리우스의 슬픈 왈츠op.44나 윤홍천과의 슈만 피아노협주곡 협연, 그리고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의 인천시향을 이끌던 지휘 이병욱의 역동적 지휘는 국내 유수 교향악단의 연주들 가운데서도 내게는 인상적 연주의 하나로 남아있다. 지휘 이병욱의 배짱과 뱃보는 오늘의 부천필 연주회가 순조로히 흘러가리라는 느낌을 내게 갖게 했는데 이런 느낌은 곡의 축제적 성격과 어울려 첫곡 연주부터 부천필의 연주는 상당히 축제의 기운으로 충만되었다.
참고로 지휘 이병욱은 국내외 교향악단의 지휘는 물론 교향곡과 합주곡, 오페라, 발레, 현대음악에 이르는 다양하고 폭넓은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가들이 신뢰하는 음악감독이자 오케스트라 음악의 앞선 리더로서 연주자와 독주자등의 신뢰받은 지휘자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데 부천필의 객원지휘에서도 그의 배짱과 뱃보가 상당히 통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이병욱은 현대작품에 대한 전문지휘자로 거듭나며 음악의 동시대적 해석을 위한 노력과 소통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지휘자로 자리매김하는 것으로도 주목받고 있는데 에드가르 바레즈, 펜데레츠키, 윤이상, 진은숙등의 현대음악 작품도 이병욱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고 현대음악 페스티벌인 “ASPEK-T"에서의 연주, 현대음악전문 앙상블인 OENM(Oesterreiches Ensemble fuer Neue Musik)과의 연주나 국내 TIMF 앙상블의 수석지휘자로서 현대음악에 대한 참여와 관심을 이병욱이 이어간 것은 현대작품에 대한 전문지휘자로서 이병욱을 새롭게 만드는 또다른 측면이다.
 
-교단에서의 농축경험과 교수법의 정석에 가까운 바이올린 연주
사실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의 연주는 많이 듣지 못했다. 어쩌면 이번 부천필 협연이 내게는 첫 조우일 듯 싶은데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이 지난 2020년 9월 이스트만 음대 조교수로 임용되어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영향이 큰지 교단에서의 농축경험과 교수법의 정석에 가까운 바이올린 연주가 연주내내 많이 내게는 느껴졌다. 학구적인 해석과 폭발적인 기교, 바이올린으로 창조해내는 소리의 질감, 그리고 음악 전달력에 있어서 신출내기 신진 여류 바이올리니스트들과는 구별되는 다른 면이 있었다.
후반부에 연주된 부천필의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7번 연주는 수준높은 교향곡 연주의 향연을 보는 듯한 느낌을 내게 객석에서 갖게 해 관객들의 만족도도 이날 연주곡들 가운데서 상당히 높았던 듯 하다. 나아가 이제는 서울 중앙소재 오케스트라들과 수도권 소재 오케스트라들과의 연주력 격차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는 느낌을 갖게 만들어 11월26일 있게 될 부천필의 제283회 정기연주회 ‘흑해의 별’에서 부천필이 연주하게될 무소륵스키의 민둥산의 하룻밤과 신진 여류피아니스트 김수연의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작품번호 35의 연주는 어떨지 상당히 고대가 된다.
쇼스타코비치는 러시아 혁명 10주년을 기념하여 축전 서곡을 썼으며, 차이콥스키는 러시아에서의 상처를 뒤로 한 채 고국을 떠나 서정적인 호소와 아름다움이 뒤섞인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를 세상에 내놓았다. 한편 프로코피에프는 천진하고 동화적인 분위기를 통해 의도적인 단순성을 표상한 교향곡 제7번을 완성시켰고 소비에트 체제 아래 자유로울 수 없었던 음악가의 운명을 보듬어야 했다. 부천필 제282회 정기연주회는 역동적이고 디테일한 지휘로 음악을 해석하는 이병욱 지휘자와 섬세한 질감으로 소리를 표현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이 부천필과 만나 세 작곡가에게 숙명처럼 드리워진 그늘을 잘 조명한 연주회였다.
 
 
글: 여 홍일(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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