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아트갤러리, 올해 주목할 만한 신예 작가 ‘박소라 개인전’ 진행
갤러리 속 그림, 새로운 장르의 시작
본문
박소라 작가 작품
혜원아트갤러리가 신예 작가 박소라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갤러리에 전시된 박소라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그림 안에서 또 다른 갤러리와 마주하게 된다. 갤러리 속 갤러리에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원작의 이미지가 왜곡된 채 제멋대로 변형돼 있다. 갤러리 속 갤러리는 역설적이게도 비현실적이리만치 현실 세계를 반영한다. 원근감을 극대화한 기하학적 구도가 우리의 현실 세계라면 갤러리 속 그림은 현대 문명에 갇혀 본래의 의미가 퇴색된 채 표류하는 제3의 이미지다.
박소라 작가는 다빈치의 ‘모나리자’, 앙리 마티스의 ‘삶과 기쁨’, 제프 쿤스의 ‘벌룬독’, 뒤샹의 ‘소변기’, 앤디 워홀의 팝아트 등 당대의 유명 작품을 자신의 작품 속에서 아주 발칙한 기법으로 재해석했다. 이번 전시회 제목인 ‘RE: RE: RE’는 온라인 환경이 만들어 놓은 무한 복제를 의미한다.
무한 복제가 거듭될수록 원작의 의미는 박제화되고 퇴색돼 간다. 복제는 더 이상 작품이 아닌 디지털화된 데이터에 불과하다. 작가는 온라인에 접속해 무수히 떠도는 명작의 이미지를 검색한 뒤 이를 회화로 재탄생시켰다. 원작은 변형되고 일그러지고 왜곡됐지만, 이에 따른 시시비비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오늘날 복제는 또 다른 창작 과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피카소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들을 무려 58번에 걸쳐 연작으로 만들어냈다. 이는 오마주에서 출발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자신이 범접할 수 없는 위대한 작품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작품을 해체하려 했다. 제목은 시녀들이지만, 누가 봐도 작품 속 주인공은 마르가리타 공주다. 그 단서는 공주 뒤편에 걸려있는 거울 속에 반사된 인물에서 비롯된다. 거울 속에 반사된 인물들은 마르가리타 공주의 부모인 왕과 왕비다. 시녀들의 이야기는 그림 속의 그림인 거울 속에서 출발한다.
피카소는 5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자신만의 시녀들을 그리고 싶어 했다. 박소라 작가 역시 범접할 수 없는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을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그것도 갤러리 속 갤러리에 걸려있는 조그만 그림을 통해서 소심한 도발을 기도한 셈이다. 우리가 박소라 작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가는 만연한 온라인 환경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메시지로 전달하려 했다. 이는 무한 복제가 일상화된 현대인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품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은 ‘모나리자’다.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에 속한다. 이 그림을 보려고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으로 몰려들지만, 모나리자 작품이 걸려있는 전시실은 미술관의 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관람객들이 너무 많아 여유롭게 근접 감상이 어렵다 보니 멀리서 인증 사진을 찍은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오죽하면 루브르 박물관 측에서 모나리자를 퇴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관람객들이 모나리자의 인기만 소비하려 든다는 비판 때문이다. 박소라 작가가 표현한 일그러진 모나리자 역시 무한 반복적으로 복제되고, 가볍게 소비되는 불가항력적 애매함의 표현이다.
박소라 작가의 개인전은 올 11월 3일까지 혜원아트갤러리에서 작품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혜원아트갤러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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