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무현 개인전 ⟪신항상성 표면 (Allostasis Surface)⟫
상히읗, 2023년 11월 3일—12월 3일
본문
상히읗은 오는 11월 3일부터 12월 3일까지 조무현의 개인전 ⟪신항상성 표면(Allostasis Surface)⟫을 개최한다. ⟪신항상성 표면⟫은 조무현의 첫 개인전으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긴밀한 연관성에 관해, 그리고 더 나아가 보이지 않음에도 기능하는, 그로써 감각되고 신뢰받는 존재에 대한 작가의 고찰을 담은 신작 회화를 선보인다.
조무현_신항상성 표면_전시전경(사진=상히읗)
조무현_신항상성 표면_전시전경(사진=상히읗)
조무현_신항상성 표면_전시전경(사진=상히읗)
조무현은 감각을 시각화하는 예술가로서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시각화하는 대상의 당위를 찾아내고자 골몰하는 작가이다. 그는 표면과 내면이라는 화두를 앞세워 이들의 상호작용과 의존성,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맹목적 믿음과 그것이 견인하는 감정들을 바라본다. 또 한 그는 표면과 내면을 이루는들, 그리고 내면을 관찰하고자 드러내는 순간 내면이 다시 표면으로 치환되는 메커니즘에 주목하며 ‘신항상성’이라는 개념을 차용한다. ‘항상성’이란 인체가 내부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생리적 조절 과정을 의미한다. ‘항상성’ 이 고정된 기준치를 유지하기 위한 성질이라면, ‘신항상성’은 보다 유연한 변동성을 지닌다. 약물 내성 현상이 바로 그 예이며, 작가는 같은 약을 지속해서 섭취했을 때의 신체 상태를 새로운 기준으로 설정하다 보니 내성이 생기는 ‘신항상성’ 기능에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내면의 부피감을 이루는 것들을 구현하고자 하는 행위가 결국 또 다른 표면을 낳는 딜레마를 표현하는 ‘신항상성 표면’이라는 제목은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이 결국 종결되지 못하고 현재 진행 중인 작가적 실험의 과정에 있음을 강조한다.
한편, 조무현은 눈에 보이진 않지만 실재로 감각되는 존재들을 ‘부러워하는’ 작가이다. 시각적 표면을 생산하는 작가로서 표면 그 이면에 있는,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는 부피감을 가진 존재를 질투하며 그가 구현하는 표면과 그 위에 얹어지는 이미지 너머에 부피감을 부여하고자 천착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자동차를 첫 번째 연구 대상으로 설정한다. 우리가 시각적으로 인지하는 것은 자동차의 얇은 표면뿐임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는 내면에서 기능하는 부품의 부피감을 느끼고 신뢰한 다. 작가는 표면에 자리하지 않으면서도 인지되는 것으로서 자동차를 선망하며, 이를 자신의 회화적 방법론과 회화의 주요 소재로 삼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여러 매체를 통해 수집한 자동차 이미지를 차용한 신작 회화를 선보인다. <Untitled (on every side)>(2023)는 미국의 자동차 튜닝 문화를 일컫는 ‘핫 로드(hot rod)’ 문화를 연구하며 수집한 도너카의 이미지를, <Untitled (father’s car)>(2023)는 작가의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아버지의 자동차 이미지를 담은 작품이다.
작가는 도너카에 대해 “이들은 현재 표면으로 존재하지만, 결국 부품이 되고 자동차의 부피감을 이루며 내면으로 치환될 것이다. 내가 말 하고자 하는 내면과 표면의 아이러니한 관계가 이러한 도너카의 존재 이유와 같은 궤를 한다는 지점이 흥미로웠다”고 설명한다. 또한, 아버지의 차는 현재 존재하지 않지만, 작가의 기억 속에 존재하고 있으며, 온전히 그의 주관에 기대어 이미지를 생성하게 되는 과정을 강조하며, “이미지 선택 과정에 있어 나의 주관과 객관성의 대비를 한 공간에서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인다.
조무현의 회화에서 두드러지는 부조(relief) 형태의 심볼은 회화가 이미지로서만 소비되는 현상에 반하며 더해진 요소로, 관람객으로 하여금 부조감을 구성하는 물질과 그 메커니즘을 추측하게 한다. 작가는 매체 위에 페인트 피그먼트를 덮어씌움으로써 또 하나의 표면을 생성하고, 관람객들이 이미지 그 너머를, 혹은 그 아래에 존재하는 것들을 상상하고 더 나아가 작가와 공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화면내 곳곳에 자리한 알파벳들 또한 화면이 갖는 객관성과 당위성에 대한 작가의 고민으로부터 기인한다. 조무현은 작업에 대한 키워드를 자소 단위로 분해하여 화면 안에 분산시키는데, 이를 마주한 관람객은 애너그램 과정을 통해 각자만의 독해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해석이 더해진 조무현의 작품은 타인의 지성을 끌어냄으로써 작품이 존재해야만 하는 당위성과 타인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의 객관성을 획득하게 된다.
조무현은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 단편적으로 선보였던 표면과 내면의 대비 혹은 공존이라는 주제 의식을 뚜렷하게 정리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표현하기 위해 취했던 여러 가지 전략들을 평가하는 자리로 삼아, 작품의 당위성을 보다 견고히 하고자 한다. 표면과 내면을 나누는 것이 결국 광학적인 지점이라고 믿는 조무현의 회화는 부피감을 이루는 ‘내면’이라는 것이 결국엔 표면 아래에 갇힌 채 우리를 움직이는 믿음과 관념, 관습 혹은 비가시적인 기능 및 테크놀로지 임을 깨닫게 한다. 표면은 빛을 반사해 반짝거리고, 혹은 그 아래의 것을 그림자로 채워 우리를 현혹할지라도 결국 우리를 기능하게 하고, 움직이게 하는 것은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임을 역설한다.
조무현(b. 1998)은 홍익대학교 회화과 졸업 후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과정을 이수 중이다. 서울을 기반으로 거주 및 활동하는 작가는 서울 대안예술공간 이포(2018); 서울 디스위캔드룸(2022); 서울 미러드 스피어 갤러리(2023); 서울 WWNN(2023); 서울 에브리 아트(2023) 등 다수의 갤러리와 전시공간에서 개최된 단체전에서 작 품을 선보인 바 있으며,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며 작가만의 작품 세계와 지평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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