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이색 스포트라이트 《Trace of Time, KANG Kukjin》展 개최
금산갤러리, 3월 22일(금)부터 4월 26일(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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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갤러리에서는 오는 2024년 3월 22일부터 4월 8일까지 그리고 4월 13일부터 4월 26일까지 1부와 2부로 나누어 故 강국진과 김동기의 개인전 <Trace of Time, KANG Kukjin>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다양한 판에 각양각색으로 남겨져 있는 흔적처럼 시간이라는 판에 자취를 깊게 새겨 놓은 강국진과 김동기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 보았다. 강국진의 궤적을 따라가 당시의 작가와 마주 보며 그와 소통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전시가 되기를 바란다.
강국진, 역사의 빛(Light of History) 89-04, 1989, Oil on canvas, 60 × 71.1 cm (사진= 금산갤러리)
강국진, 선(Line), 1979, Oil on canvas, 90 × 72 cm (사진= 금산갤러리)
강국진, Untitled, 1973, Mixed media, 32 × 74.2 cm (사진= 금산갤러리)
김동기, 곶자왈 #11, 2020, 한지에 목판화, 122 × 182 cm (사진= 금산갤러리)
김동기, 곶자왈 프로젝트 73-216, 2019-2021, 한지에 목판화, 가변설치 (사진= 금산갤러리)
김동기, 곶자왈 프로젝트 73-216, 2021, 한지에 목판화, 가변설치 (사진= 금산갤러리)
강국진(1939–1992)은 한국 현대미술 최초의 행위예술가, 최초의 테크놀로지 아티스트, 최초의 판화공방 운영자 그리고 최초의 집단창작스튜디오 개념을 구현하였던 작가로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발자취를 남겼던 예술가이다. 한국 최초로 판화교실을 개원하여 현대판화가 온전히 확립되지 않은 불모의 시기에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며 한국 판화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시간의 흔적, 강국진> 展 1부는 작가가 70년대 이후 전위예술을 접고 주력한 판화와 회화작업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체적으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파노라마를 제공한다.
1970년대 전반 강국진은 다양한 기법의 판화를 시도했다. 73~74년도에는 실크스크린과 목판으로, 75년도에는 드라이포인트와 메조틴트 등의 방법을 사용했는데 강국진은 ‘판화는 손으로 시작하여 기계로 완성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이 2단계의 작업을 통해 그는 구상을 객관화, 간접화 시키며 판화의 무한한 매력에 매료되었다. 다양한 기법을 시도하며 실험한 결과 판화의 다중 복합적인 가능성을 가시적으로 얻으며 작품세계의 폭을 넓혔다.
점 시리즈(1975)를 시작으로 이후 선 시리즈(1975~1979)와 가락 시리즈(1979-1989)로 연이어지는 1970년대 중반에서 1980년대 후반까지의 시기에 강국진은 하나의 선과 표현은 단순히 하나의 선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선의 반복 혹은 첩첩이 이루어지는 색의 변화는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평면에서의 3차원적인 점, 선, 면 구조에 선의 반복과 색의 변화를 통한 역사와 시간을 쌓으며 4차원적 시각을 평면 위에 완성하였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작고할 때까지 시도되었던 역사의 빛 시리즈는 여러 면에서 앞선 시리즈와 구별된다. 역사의 빛 시리즈는 이중화면 혹은 다중화면을 매개로 이야기와 서사를 풀어나간다. 화면의 한쪽에는 전통적인 모티브가 자리하고 다른 한쪽에는 삼각형이나 마름모와 같은 기하학적 도형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은 서로 상관관계를 맺기도 하고 충돌하기도 하며 작가의 내면과 역사를 심도 깊게 전달하고 있다.
강국진은 판화를 통해 회화와는 다른 간접화의 방식을 실험하는 등 형식에 얽매여 따라가기보다는 흔적을 직접 새기는 방식을 택했다. 그리고 이 흔적은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역사가 되었다.
전시 2부에 소개되는 김동기 작가는 제3회 강국진 판화 상의 수상자로 작가의 작품은 판화이지만 ‘재조작된 판화’는 마치 사진을 보는 것같이 생생하다. 이러한 생생함은 작가가 판화작업을 하며 자신의 시간을 차곡차곡 담기 때문이다. 판에 찍히는 무한한 점들은 끝없이 무한한 시간의 흔적이다. 한 장의 선명한 사진을 담기 위해 수천, 수만의 화소로 촬영하듯이 그는 한 장의 판화를 위해 수천, 수만의 점을 찍는다.
작가가 표현하는 숲과 바다, 곶자왈 같은 자연물들은 모두 처음에는 한 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수많은 점이 짧게 스쳐 지나간 자리는 시간의 흔적으로 남았고, 그 흔적들은 거대한 숲과 바다가 되었다.
작가는 그림을 좋아해 작가의 길에 들어섰고, 하다 보니 이런저런 기회가 있었다고 말하지만, 이전의 작업이 현재로 이어지고, 현재는 다시 미래로 이어질 것이다. 판화에 순간을 담는 작가의 작품이 모이면 시간이 된다. 생동감 넘치는 순간의 흔적을 담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는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의 흔적을 고이고이 새기고 있는 것이다.
판화라는 동일 매체를 사용해 작품세계를 구현하지만 서로 다른 매력을 뿜어내는 강국진과 김동기의 작품 속에 응축된 에너지를 눈으로 느끼며 시나브로 젖어 들길 바라며 또한 판화의 미래를 그려 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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