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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시

허보리 개인전 <채집자> 개최

갤러리 플래닛, 11월 2일(목)부터 12월 2일(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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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플래닛은 11월 2일(목)부터 12월 2일(토)까지 허보리 개인전 <채집자>를 개최한다. 허보리 작가는 되풀이되는 일상 속에서 주어진 현실을 치열하게 살아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느질과 자수를 사용한 설치 작업, 사물을 의인화하여 스토리텔링을 부여한 회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 왔다. 최근 그의 회화작품은 계절에 따라 반복되고 순환하는 식물의 세계를 인간 삶을 은유하는 모티브로 제시한다. 서로 엉키며 군락을 이룬 식물의 풍경은 함께 부대며 살아가는 군중의 삶 이기도 하며, 작가에게는 고단한 삶의 쳇바퀴로부터 잠시 벗어나는 도피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장미극장2>, <메밀추상>, <Tower>등 30여 점의 회화와 드로잉 작품이 출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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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극장2, 2023, oil on canvas, 135 x 100cm(사진=갤러리플래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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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추상, 2023, oil on canvas, 192 x 322cm(사진=갤러리플래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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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wing series, 2023, oil on canvas(사진=갤러리플래닛)



이번 전시 <채집자>에서 허보리 작가는 자신의 작품활동을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하며 도피의 우물을 파는 행위와 우물 밖 세계를 관찰하는 행위로 나눈다. 두 활동은 서로 다른 양상을 가지고 있지만 작가는 각각의 활동에서 '채집자'가 된다. 자신의 우물 안에 있을 때 허보리 작가는 길을 다니며 채집하듯 식물 모습을 카메라에 담음으로써 '채집자'가 된다.


작가는 제주, 서울, 안동을 오가며 작은 풀숲들을 카메라에 담고 회화작품으로 옮긴다. 화면은 바람에 흔들리며 복잡하게 엉긴 다양한 식물의 잎과 줄기, 꽃으로 가득 채워진다. 꽃이나 풀은 빠른 붓질과 화사한 색상으로 자유분방하고 활기차게 표현되면서 그 형태는 재현으로부터 벗어나고 화면에는 리드미컬한 운동감과 질감이 남는다. 거센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꽃을 피워내는 식물은 연약하지만 꿋꿋한 인간존재를 은유한다는 점에서 우리를 위로해 주는 힘이 있다. 작가는 이렇게 우거진 식물의 모습을 자신의 존재를 숨길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침범할 수 없는 도피처이자, 뛰어들고 싶은 자신만의 우물로 여긴다. 따라서 작품은 작가의 마음의 풍경이자 공간을 그린 것이기도 하다.


<메밀추상>은 메밀꽃으로 뒤덮인 너른 들판을 그린 대형회화이다. 들판에 핀 살아있는 꽃들은 그 환경과의 관계 안에서 꽃에 비추어진 햇빛, 그리고 꽃을 흔들고 가르는 바람의 움직임과 함께 표현된다. 이 풍경은 대상을 사실대로 재현하기 위한 묘사나 기술, 경계와 윤곽으로부터 벗어나면서 더욱 유동적이고 생동하는 것이 된다. <Tree Abstract Study> 시리즈는 꽃이 아닌 겨울의 숲길을 화면에 옮긴 작업이다. 색이 사라진 겨울 숲이 오히려 색으로부터 자유함을 선사하면서 나뭇가지는 핑크, 보라, 파랑 등 다채로운 색으로 표현된다.


전시에서 '채집자'는 풍경뿐 아니라 공중에 떠도는 상상을 낚시꾼처럼 낚아서 화면에 옮기는 것을 의미하기도한다. 허보리 작가는 도피의 우물 안에 있다가 한 번씩 우물 밖의 세상이 어떠한가 내다본다. 이때 작가는 철저한관찰자로서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그와 관련된 여러 상상들을 내러티브가 있는 회화로 표현한다.


<장미극장>은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건초더미>를 오마주한 회화작업으로, 쓸데없는 사물에 매달리는 사람들의 현실을 유희적으로 풍자한다. 허보리 작가는 보쉬의 원작에서 건초더미를 개털로, 신의 자리를 개로 대체하여 시민들, 정치가, 노동자, 정치가, 군인 등 여러 계의 사람들이 개털을 집어 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이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개의 모습을 담는다. 작품은 안에는 채집자인 해녀의 모습으로 작가가 자리하고 있다. <Self Portrait>는 자신의 얼굴을 꽃다발로 표현한 작가의 자화상이다. 렘브란트 자화상과 초상에 쓰여진 조명과 색감을 오마주한 이 작품은, 거칠게 그려진 만개한 꽃을 통해 꽃의 가장 화려한 모습과 곧 시들지 모르는 불안을 함께 보여준다.


작가는 내부로의 침잠과 외부의 관찰이라는 채집의 두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자신의 내면세계와 외부 세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간다. 내면으로부터 열리는 식물의 풍경은 모든 약하고 흔들리는 존재들이 생명력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전시를 통해 그 우물 속 시간을 함께하며 또한 치열한 삶을 보다 섬세하고 풍요롭게 바라볼 수 있는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허보리(1981-)는 서울대학교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통인화랑, 갤러리 나우, 가나아트파크, 토포하우스 등에서 총 15 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서울대학교 미술관, 이화익갤러리, 롯데 애비뉴엘, 유아트스페이스, OCI미술관, 양평군립 미술관 등에서 단체전에 참여했다. 소장처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셀트리온, 태성문화재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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