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 개인전 « 이념의 기록: Record of Ideology »
갤러리그림손 2024. 2. 14 (수) – 3. 4 (월)
본문
갤러리그림손은 송인 작가의 기획 초대전 « 이념의 기록 Record of Ideology »를 2월 17일 (수) - 3월 4일 (월)까지 선보인다.
송인 작가는 사회적 체제 안에서의 개인의 희생이 당연히 여겨지는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지는 보이지 않는 정신적 폭력은 물론 소수에게 강요되는 침묵이라는 불편한 현실을 수정테이프와 먹을 이용하여 지우고 쌓아가는 회화적 묘사 방식을 통해 전달한다.
2021~2023년에 제작된 작품에서는 2020년 아프가니스탄 난민사태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며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인권 침해와 전쟁으로 인한 자유주의의 붕괴, 대량 학살과 도시 파괴, 여성 및 아동 폭력에 대해 역설한다. 거대한 정치적 이념의 편린 속에 인간의 생명과 가치, 존엄성은 무너지고 수많은 목소리는 묻히고 난민으로 전락하게 된 현실을 비판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현재 세계 곳곳의 아픔과 전쟁으로 인한 시대상의 깊은 상흔을 예술적 흔적으로 남기고자 했다.
특히 이번 전시 기간 중 2월 17일 (토) 오후 2시에는 유현주 미술 평론가와 함께 하는 작가와의 대화가 마련되었다. 유 평론가는 서두에서 수많은 작가와의 대화를 진행해봤지만 자신이 먼저 행사를 제안하기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정치적, 시대적 수많은 문제를 목격함에도 예술계에서는 왜 침묵하고 있을까?’ 라는 개인적 의문을 가지던 중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는 송인 작가의 작품관이 이번 행사를 추진하는데 있어 가장 큰 주안점이 되었다는 점을 부각했다.
작가와의 대화(사진=아트앤컬처)
« 이념의 기록 » 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작가에게 ‘이념’이란 벌써 십여년이 넘은 시간동안 천착하는 주제이다. 개인적으로 감내해야 했던 아픈 경험으로 인해 한국화를 그리던 작가의 예술관에 변화가 찾아왔고 예술가들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회를 향한 메세지를 던져보자는 다짐을 했기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반인류적 행태를 통해 권력자의 지배를 받는 시민 계층을 포함, 동시대의 비극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 하에 예술로 기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은밀한 파괴자 장지, 먹, 아크릴, 수정테이프, 콩테, 오일 파스텔 162.4 x 95.2cm 2022
“2010년에 들어서면서 예술의 가치를 일상의 사건으로부터 찾기 시작하였다. 그 가치의 시작은 지인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지인의 주검은 나의 삶과 예술적 가치를 흔들어 놓았으며 그로 인해 예술에 물음을 던지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사고는 예술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에 천착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저 스칠 수 있는 타인의 사건들은 나의 가슴속에 박혀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 후 작품은 무거워졌으며, 표정 없는 침묵은 깊은 상처로 남게 되었다. 타인의 삶을 통해 본 상처들은 가볍지 않으며 무거운 형상들로 가득하였다. 보이지 않는 타자의 이면에는 갈등과 공포, 사회관계에서 형성된 불편한 진실들로 가득하였다. 계층 간 불합리는 만연해 있었으며 인권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하였다. 묵인된 폭력과 강제된 관계가 또 다른 경계와 심리적 불안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삶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상호관계에서 형성된 신뢰를 바탕으로 전재한다. 신뢰는 언제든 깨질 수 있는 가벼운 공기와도 같다. 무너진 신뢰는 갈등의 깊은 상처로 남는다. 존엄이란 또한 무엇인가? 권력자의 이념 논리에 따라 한없이 존중받기도 하며 때론 처참히 짓밟히기도 한다. 역사는 권력자들에 의해 쓰여지고 권력자의 이념에 의해 재편되었다.”
-작가노트-
유 평론가는 송 작가에 대해 ‘난민, 기아, 탄압, 폭력’을 다룸에 있어 섬세하고 민감한 감수성을 표현하는 작가라고 평가한다. 한나 아렌트 악의 평범성을 언급한 후, 송작가는 단순히 일을 잘하고 성실한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이 아닌 생각과 성찰이 아주 많은 작가임을 덧붙였다. 더불어 독일 카셀 도큐멘타에 전시되었던 폭력에 민감한 감수성을 가진 작가 아이다 애플브루그를 환기시키기도 했다. 아이다 애플브루그(Ida Applebroog 1929 – 2023)는 50년이 넘는 작가 경력동안 폭력, 권력, 젠더, 정치, 여성 등 그녀의 삶 전반에 걸친 주제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미국 멀티미디어 예술가이다. 그러면서 유 평론가는 우리나라 예술계에서도 코스모폴리탄적 시선으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송인 작가를 응원하기도 했다.
은밀한 침략자_장지, 먹, 수정테이프, 아크릴, 콩테, 오일 파스텔, 162.4×95.2cm, 2022(사진=갤러리그림손)
작가는 작품 이미지는 주로 방송 미디어나 기사 내용을 재구성하며 실존 인물 배치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이 또한 실제로 보도된 초등학생의 모습을 차용해 만든 작품이다. 겨울에 시작된 전쟁이기에 두꺼운 털 모자를 쓰고 있고 그 속에서 전쟁의 무자비함과 잔인함, 전체적인 우크라이나 상황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건축물의 기본이 되는 콘크리트 블록들을 부셔 놓은 설치 작업을 통해 도시 파괴와 함께 동심 파괴까지 폭로한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장지, 먹, 수정테이프, 아크릴, 콩테, 오일 파스텔 194 X 390cm 2023) - 난민 군중 밀려서 밤에 나가는 모습이다. 이 작품의 실제 시간적 배경은 낮이었지만 극적인 표현을 위해 어둡게 표현했다고 한다. 또한 다른 작품에 비해 인물의 퀄리티를 낮춰 거칠고 상기되어 있는 느낌 살렸다. 보통 수정 테이프 사용해서 형태를 뜨고 6번 정도 축적하여 쌓아 올리는데 이 작품은 두세번으로 끝낸 중간에서 멈춘 셈이라고 전한다. 수정 테이프 기법과 더불어 한국화를 전공한 송인 특유의 아우라가 어둡고 복잡한 표정의 인물들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짐 (장지, 먹, 아크릴, 수정테이프, 콩테 194 X 130cm 2023)- 누구나 인생에서 아프고 무거운 짐을 들고 있지만, 현재 우크라이나의 짐은 전쟁 즉, 러시아 탱크일 것이라는 작가의 설명이다. 녹이 슨 러시아 탱크의 침공으로 인한 도시 파괴를 보여주고 있다.
바벨탑, 장지, 콩테 195 X 50cm 2024
전쟁 무기로 쌓아 올린 바벨탑이다. 작품의 설치 방식이 흥미로워 질문했더니 작가는 관객이 한쪽 벽만 보고 관람을 마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전시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작가는 본인이 항상 전시 디스플레이에 참여하여 심심하지 않은 전시 경로를 구상한다고 말한다.
끝으로 어둡고 무거운 그림을 그리지 말고 밝은 그림 그려서 팔지 왜 힘든 작업을 하고 있느냐는 다소 세속적인 질문에, « 우리 사회를 등한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힘들지 몰라도 시대가 바뀌면 가기 힘들 길을 꾸준히 걸어갔다고 재평가 받을 수 있길 바란다 » 라며 소회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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